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 Jun 30. 2021

우리의 인연은 비대면으로도

기에나의 바다에서 만나요!

웹툰 여중생 A의 미래는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자신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다크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현실세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이룬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미래에게 '원더링 월드'는 어쩌면 현실보다도 더 소중한 공간이다. 나 역시 7살 때 컴퓨터 게임을 접한 이후로 지금까지 게임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 대학교 단톡 방도 유령 방이 되어버린 지금 아직까지도 중학교 단톡 방은 활발하다. 축구와 게임이라는 너무도 흔하디 흔한 취미 공동체로 시작된 인연은 10년이 지났음에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몇몇은 일 때문에, 게임보다는 축구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후로 축구를 하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나가버렸지만. 그럼에도 "pc방 갈 사람?" 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결했던 주요 멤버는 그대로다. 

 


최근에 만난 한 녀석은 "게임이나 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너무 재밌네.."라는 나의 한마디에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 게임은 못 끊어. 그냥 같이 사는 거야."라고 답했다. 하긴, 거의 20년이 넘게 마우스를 쥐고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끊어질 리가. 거의 9개월 만에 만난 그 녀석은 모바일 바람의 나라에 열중했던 이야기를 풀면서 맥도널드 세트 버거를 해치우고는 나와 피시방으로 향했다. 이 녀석을 비롯한 게임 공동체의 시작은 스타크래프트였고 피파였으며 그 외 마이너 한 온라인게임까지 함께했다.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완벽히 계승한 LOL도 오랜 시간 즐겼다. 게다가 올해,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만나기도 껄끄러워지자 서로의 근황보다는 게임 캐릭터 근황에 더 빠삭해졌다. 그게 불편하다거나 싫진 않았다. 그 전에도 우린 만나서 술 한잔이 아니라 만나서 게임하고 시간이 남으면 맥주 한 잔 하던 게임에 진심인 사이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아주 적절하게 게임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과 취준생들에게 과금 없이도 할 수 있는 유일한(?) RPG 장르인 데다가 회사원 유저층들 때문인지 굵직한 콘텐츠는 일주일에 하루만 시간을 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K -RPG 식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EX) 확률성 가챠 아이템 강제, pay to win,  노가다 컨텐츠의 강제성)이밖에도 장점을 나열하면 꽤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것.



돈과 시간을 많이 투지 해야 하는 RPG 장르는 즐기러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재미를 못 느끼면 대부분이 나가떨어진다. 아니면 그 지루한 과정을 어마 무시한 돈으로 메꾸던지. 하지만 로스트 아크는 그냥 과정 자체가 재밌다. 로스트아크의 주요 보스들은 단순히 캐릭터가 세다고 깰 수 있는 콘텐츠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공략할 수 있는 보스들이 많고 이 과정에서 협동심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마치 즐거운 조별과제가 이런 것일까. 공대장은 실수하는 사람들을 다독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깰 때까지 트라이한다. 보스의 패턴에 죽고 또 죽고를 반복하던 조행 파티가 수 십 번의 '재도전'끝에 한 몸처럼 공격을 피하고 짠 듯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은 늘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보스를 공략하면 최고의 보상은 역시 아이템이 아닌 성취감이다. 게다가 이 구성원이 10년 넘게 게임을 함께 해온 친구들이라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이렇게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는 꼭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게임도 한다.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어제 축구경기는 봤는지 등. 그리고 적당히 즐긴 것 같다 싶으면 아주 쿨하게 인사하고 나간다. "막판 할게" 혹은 "이거 하고 간다."라고 누가 말을 하면 그 누구도 잡지 않는다. "주말에 봐" 혹은 "수고했어."라는 말로 우리의 비대면 만남은 끝난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만남과 단점을 극복한 온라인게임의 컴백이라는 조화는 꽤 2021년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어릴적에 2020년쯤 되면 차도 날아다니고 매우 현실적인 가상현실 세계가 상용화되어 있을 줄 알았으나  이 정도도 나쁘진 않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주간 퀘스트가 초기화되는 로요일(매주 수요일에 초기화되어서 이렇게 부른다.)이라 잠시 후 친구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 







2021. 06. 30 

작가의 이전글 정말 ‘그’ 세대가 그랬어? (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