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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ro Oct 20. 2021

네덜란드에서 일자리 구하기 (하)

보험은 들어야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우리나라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 등으로 일자리 형태를 나눈다면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Full-time 그리고 Part-time으로 나뉜다. Full-time 은 말 그대로 주 4~5일 보통 40시간을 상근으로 일하는 형태를 말하고, Part-time은 단시간 근무제로, 우리나라로 치면 알바 개념으로 보통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0 hour contract를 쓰게 된다. 처음엔 나도 0 hour? 이게 무슨 소리야 했는데, 매주마다 정해져 있는 일하는 시간이 없이 그때그때마다 바뀌는 스케줄, 그러니까 첫째 주에는 15시간을 일했다면 그다음 주에는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에 따라 10시간을 일할 수도 있는 스케줄을 받게 된다. 


유학생 신분으로는 네덜란드에서는 주 16시간을 최대로 일할 수 있으며 일하는 곳에서의 점주는 반드시 working permit (학생 신분으로 일을 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정부에 신청해 받아야 하고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보험도 (Basic) dutch health insurance (더치 일반 기본 보험)를 들어야 하는데, 절차가 꽤나 복잡하다.

사실 이 절차가 번거롭고 오래걸려서 외국인 학생들을 잘 고용하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종종 봤다. 실제로 나이키 매장에 최종단계까지 - 다국적 대기업이어서인지 알바 면접도 3단계나 되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 합격했다가 이 절차 때문에 팽당했다. 다국적 기업이라더니, 그 당시에는 황당하기가 그지 없었다.


아무리 번거롭게 느껴지더라도 이걸 어긴다면 나중에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벌금을 징수 받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이 기본 보험은 매달 100유로 정도의 지출로, 병원에 가거나 사고가 나면 기본적으로 커버가 되는 보험이며, 물리치료나 치과 보험은 따로 더 추가금 (보통 10유로 안팎)을 내야 한다. 실제로 내 독일인 친구도 네덜란드 보험이 아닌 독일 보험만 가지고 이곳에서 알바를 했다가 천 유로에 가까운 벌금을 문 적이 있다. 즉, 같은 유럽국 보험이 있더라도 네덜란드에서 일을 하려면 네덜란드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특히 유학생들이 보험료가 비싸고 이곳에서 병원 다닐 일이 없을 거라며 보험을 아예 들지 않았거나 혹은 한국에서 가져온 해외보험으로 퉁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전자는 사실 불법이니 말할 것도 없으며 후자 역시도 예상치 못하게 사고가 난다면 한국 보험사에서 보상액을 받기 전에는 현지에서는 당장 현금으로 full-coverage (보험적용이 되기 전의 어마 무시하게 높은 비용)을 먼저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돈을 내야 처치를 해 줄 텐데,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한테 연락해서 송금해달라고 하고, 또 그 돈을 받으려 며칠 기다려야 한다면, 전전긍긍 너무 서글플 것 같다. 


매달 100유로, 그러니까 한화로는 약 13만 6천 원 돈을 학생 신분으로 매달 내야 한다니 기껏 열심히 일해서 번 아르바이트비가 줄줄 샌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또 한 번 네덜란드의 탄탄한 보험 시스템은 빛을 발한다. Health insurance allowance (보험 보조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는 학생의 신분으로 매달 수입이 일정 금액 이하라면 낸 돈만큼 정부차원에서 매달 돌려준다. 내 경우엔 월 보험료가 95유로인데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함 - 보험사는 Anderzorg) 이 보조금은 105유로를 받으며 심지어는 약 10유로를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는 보험과 더불어 덤으로 얻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악용해서는 안되며 네덜란드 정부도 꽤나 엄격하게 감시감독을 한다. DigID라는 시스템으로 모든 정보 (고용청, 노동청, 보험공단, 세금, 이민청 등등)가 연결되어있으니 내가 만약 다른 곳에서 더 일을 시작해서 그 수입이 일정량이 넘는다면 정부에 그 정보가 곧이 곧대로 전달이 되고 이 보조금은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며, 임금에 따라서 내는 세금 또한 훨씬 증가한다. 


세금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종종 엄청난 세금 공제율에 불평불만을 한다. 평균 근로자 세금 비율이 36.4%이니 한국(23.3%)에 비교하면 세금공제 후 월급명세서를 볼 때 가슴이 저릿한 건 사실일 거다. 이 세금 공제율도 소득이 많아진다면 당연히 높아진다. 이게 바로 네덜란드의 좋은 복지 인프라가 비롯될 수 있는 원천지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연봉이 68,500유로 이상이면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고소득층으로 분류가 되는데 이 경우엔 세율이 무려 51.75%이다. 즉 내가 연봉 68,500유로치를 일해도 세금을 다 떼고 나면 약 60%인 48,000유로가량만이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정도의 사회적 직위나 명예에 오를 때에는 본인도 사회의 도움도 받았음에 틀림 없을 것이니, 그정도는 사회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유학생 입장에선 이 사악하다고도 할 수 있는 세금제도에서 많은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불평할 수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게다가 내 꿈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어서 적당한 크기의 집에 적당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68,500유로의 고소득 연봉직에 일할 리도 없고 중산층 서민의 입장에선 감사하기 따름이다. 좀 더 세금 내고, 교육이나 보험, 지원금 등 혜택 보는것이 통장에 한달에 백유로씩 더 들어오는 것 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유럽의 선진국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제도, 은퇴 후에도 든든한 연금제도 등에 로망을 갖기도 하는데 살아보면 이것도 다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나도 유학생 신분에서 슬슬 벗어나 이곳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며 세금이니 보험이니 지출이 많아지며 '헉'스러울 때도 있지만 (특히 여기서 정착이 아닌 잠깐 있다가 가는 파견근무형태의 근로자들은 정말 아까울 것 같긴 하다) 나중에 다~ 돌려받겠거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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