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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ro Nov 30. 2021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MOCO Musem

지난주 금요일 네덜란드 정부가 한차례 더 강화된 봉쇄령을 발표했다. 필수 상점인 슈퍼마켓, 약국을 제외한 모!!!든 곳이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다는 게 가장 주된 내용이었다. 정부가 이 발표를 하던 당시에 나는 회사 사람들 (나포함 9명이 한 테이블에 앉음)과 식당에서 오순도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정책이 발표된 이후부터는 식당들도 오후 5시까지 바밖에 열지 못하니까 결국엔 점심만 사 먹으란 얘기다. 그래도 여전히 배달은 하는데 나는 배달보단 직접 가서 먹는 외식 파여서 소식을 듣고 급 우울해졌다. 안 그래도 오후 4-5시만 되면 해가 지고 해 한 번 보기가 힘든 이 칙칙한 유럽 생활 한줄기 빛 같았던 저녁 외식이 정부 차원에서 금지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정부의 긴급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인 지난 일요일,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분명 싸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붙어있어라, 라는 권유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벌써 몇 주 전부터 계획되어있던 당일치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돈이 아까워서라도 다녀왔다 (가난한 외노자임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암스테르담까지는 내가 사는 도시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네덜란드의 기차 시스템은 유럽 내에서도 잘 구축되어있기로 명성이 있는 편이다. 옆 나라인 독일에만 비교해봐도 독일은 늘 연착이나 운행이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기차 여행을 준비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네덜란드는 거의 정시 간에 도착하고 연착이래 봤자 1~2분이 대부분이다. 


사실 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지만 그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자주 가지 않는다. 첫 번째로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비해 너무너무 도시가 크고 복잡하다는 느낌에 압도당하는 게 싫어서이고 두 번째로는 넘쳐나는 관광객들, 그리고 그들이 아무데서나 피워대는 대마초 냄새에 역겨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가게 건너 가게마다 하나씩 커피숍이니 스마트숍이니 대마 관련 용품을 파는 곳과 필수 있는 곳, 그리고 길거리에서 피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참고로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리 대마초가 합법인 곳에서 대마초를 피워도 종속법에 의하여 불법이니 절대 피우지 말길 바란다.  커피숍(koffieshop)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 대마초를 팔고 실내에선 피우는 것까지 가능한 장소이니까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cafe에 가야한다. 스마트숍 (smart shop)은 대마초 자체보다는 그 관련된 상품, 예를 들어 대마초를 말아 피울 수 있는 도구들 그리고 환각 버섯들을 파는 곳이니까 이곳 또한 조심해야 한다.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얼떨결에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암스테르담 자체는 그다지 큰 도시가 아니라서, 맘만 먹으면 걸어서도 다닐 수 있다. 내가 가장 처음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당시, 정말 도시 전체를 다 걸어만 다녔다 (경험상 걸어서 30-40분 혹은 한 시간 이내에 주요 관광지 방문 가능). 하지만 가을-겨울철에 오면 비가 많이 오고 축축한 날씨이기 때문에 트램이나 지하철, 버스를 타도되지만 그 교통비가 상당히 비싼 편이니 본인의 취향에 맞게끔 여행을 하면 되겠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딱 한 가지였다. 새로 전시회를 시작한 Moco 박물관에 가는 것. 이미 과거에 이 박물관을 한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새로 시작한 전시회가 굉장히 시각적이고 다채로웠기 때문에 인기가 좋았다. 사전으로 티켓도 사고, 5분 전에 도착하라는 안내에 딱 맞춰서 도착한 곳에는 바깥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샀는데도 기다려야 한다니. 


이걸 보러 2시간이나 기차여행을 했다 (출처 | Moco Museum)


대기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계속 늘어나는 줄을 보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론 이 박물관의 규모는 상당히 작은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들어갈 수 있다고? 심지어 나오는 사람들은 더 적어 보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틀 전 정부에서 1.5m 안전거리 확보를 포함한 강화된 정책을 발표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입장한 박물관 실내는 안전거리는 커녕 코로나 규제가 없다고 쳐도 사람들로 너무너무 꽉 차 있었다. 작품 앞에 서성이는 사람들, 그 뒤로 지나가려는 사람들, 그 앞을 어떻게든 비집고 가는 사람들, 들쳐 멘 배낭을 앞으로 고쳐 매라고 말하는 직원들. 절대로 예술을 적절하게 감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박물관의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멀리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꿋꿋이 전시회를 감상하려고 했다. 사진도 찍어보려고 했지만 가득한 인파에 뒷 배경엔 늘 사람들이 걸쳐있었다. 


출처 | Moco Museum

전시회 자체는 아름다웠다. 세계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 (Banksy)와 The Kid의 작품이 3개의 층에 걸쳐 전시되어있고 (그래 봤자 상당히 협소한 사이즈 때문에 한 층당 몇 개 안 되는 작품들... 그 앞엔 사람들이 꽉 차있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위의 사진이 있던 전시는 지하에 위치해있는데, 3군데의 방에 빛과 거울을 이용한 아름다운 전시였다. 사람이 조금만 적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 같다.


약간의 폐소 공포증이 있는 나는 너무 꽉 찬 사람들 때문에 설사 불이라도 나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어떻게 탈출한담, 도망치려다 깔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얼른 서둘러 나왔다. Moco 박물관 근처에는 암스테르담 최대 규모인 Rijksmuseum이 있는데, 차라리 여길 방문하는걸 더 추천한다. 심지어는 그 입구도 너무너무 예쁘고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만 봐도 의미가 있다. 혹은 Moco 바로 옆에 있는 Van Gogh 박물관도 한 번쯤은 가볼만하다. 어쨌든, Moco 박물관이 입장객 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한은, 언제든지 이렇게 숨 막힌 관람을 하겠구나 싶었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다. 해당 사진의 전시회를 연 스튜디오가 Barcelona에도 더 큰 규모로 전시를 하고 있으니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여담으로, 암스테르담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홍등가 (Red light distric)를 방문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상당한 불쾌함과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에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길치인 두 사람이 헤매다 보니 도심 중심에 위치한 홍등가를 어쩌다 보니 지나치게 되었다. 쌀쌀한 바깥 날씨였는데 창문 너머의 여성들은 나체, 혹은 나체에 가까운 상태로 길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묘한 기분이다. 네덜란드의 매춘에 대한 얘기는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나중에 한번 더 따로 글을 쓰겠지만, 나는 이 홍등가에서 막무가내 만취 혹은 마약을 한 채로 행동하는 관광객, 특히 남성들의 행태 탓에 그곳이 더 불편하기도 하다. 


(출처 | Bloomberg)

전시회 자체는 실망스러웠지만, 어둑어둑 해가 질 즈음(저녁 5시경)에 기차를 타러 향한 센트럴 역과 빛이 반사되는 운하는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사는 동네도 예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도시인 암스테르담에 더 종종 자주 와도 썩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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