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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ro Dec 01. 2021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 이야기

마음처럼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출처 | Time magazine)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네덜란드는 성매매, 그러니까 매춘이 합법이다. 암스테르담에 여행해본 방문객이라면 홍등가, 즉 Red light district를 방문해봤거나 적어도 들어는 봤을 거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심지어 도시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피해보려고 해도 그 끝자락이라도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성매매의 역사야 길고 긴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네덜란드에서 1970년대까지는 이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부분 서유럽 국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출신이었고 1980년대부터는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 출신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소련이 붕괴하며 상당한 수의 동유럽 출신의 여성들이 네덜란드로 이주하며 보호받지 못한 성매매 종사자들의 권리, 그리고 인신매매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성매매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내 네덜란드가 2000년 10월 세계 최초로 성매매 합법화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몇 가지가 있다. (출처: 네덜란드의 성매매 합법화의 배경과 딜레마 연구, 허경미)

1. 중앙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임

2. 다양한 협회와 단체, 특히 페미니스트 단체들의 대화와 공감대로 합법화 의지를 가속시킴

3.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하는 적극적인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음

4. 네덜란드 사람들이 더 이상 국가가 도덕주의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음

5. 그 대신에 개인의 인권은 좀 더 실용주의적 측면에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형성됨


유럽 내에서도 네덜란드는 인권을 아주 중요시 여기 국가들 중에 하나로 국민소득지표(GDP)도 상당히 높다. 또한 도덕주의적 전통과 문화가 아직도 중시되는 보수적인 국가이기도 해서 성매매의 합법화로 인해 상당히 이면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가 된다. 그래서 당연히 궁금해진다. 왜 굳이 성매매를 합법화시켰을까?


이 성매매 합법화의 가장 큰 목적은 이 성매매를 근절시키지 못한다면 규제를 통한 합법화를 해서 성매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인신매매, 성범죄, 마약, 돈세탁 등 강력범죄들을 단속하고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가 시도한 방법은 성매매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고 성매매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등 차라리 사회에 통합시키려는 '성노동 프레임'의 적용이다 (출처: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화의 효과-불법 이주 성매매자의 배제를 중심으로, 유숙란).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이 성노동 프레임은 네덜란드 자국민이거나, 유럽연합 출신으로 거주증(Resident Permit) 혹은 노동허가증(Working Permit)을 소유한 자들에게만 한해서 적용이 된다. 


즉,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성매매의 공급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연합 지역 바깥에서 온 이주민들은 불법 이주자, 불법 노동자, 그리고 불법 성매매자로 분류되며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트리플로 불법이 된 격이니 어떻게든 합법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그 과정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엔 아주 소수의 성노동자들만이 네덜란드 정부에서의 원래의 의도대로 세금, 보호, 법규 등을 따르고 있으니 눈가리고 아웅인 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 즉 인신매매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들의 성산업 종사나 성매매와 범죄와의 완벽한 결탁을 증명할 지표가 없다는 점도 많이 지적되어오고 있다. 성매매 국가로서의 이미지나 외국인 이주민의 불법 이주 증가, 인권문제 또한 네덜란드 정부가 피할 수 없는 논란이기도 하다. 




이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서 나 또한 개인적인 의견을 확신을 가지고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네덜란드 정부의 초기 취지는 좋았으나 그 이후에 사각지대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있으며 안정성과 자유성 측면에서 여성 인권을 오히려 고무하는 것이라는 성노동자들의 주장에 100% 동의할 수가 없는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이 성매매법을 지지하는 인권 운동가들은 모든 인간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자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그를 규제하고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네덜란드의 경우가 그것이 꼭 맹목적으로 당연한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인 것 같다. 슬프지만 대부분 성매매 종사의 길로 빠지는 이들은 불우한 환경 출신인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몸을 쓸 자유의 권리에 대해서 조차도 배우지 못한 열악한 교육을 받았고, 당장 밥벌이가 어려워 무작정 어두운 길을 걷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법의 제도의 보호를 이미 받지 못하고 있는 자들에게 성매매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그의 합법화가 과연 그들을 마법같이 다시 보호의 울타리로 들여보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성매매 합법화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내게는 홍등가의 창문에서 서성이는 이국적 외모의 여성들의 눈이 슬퍼 보이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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