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한마디
나는 오은영 박사님의 열렬한 팬이다. 20대의 나는 아이도 없고 미혼이지만, 오박사 님이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그녀가 출간하는 서적, 칼럼 등 거의 가능한 모든 매체들을 섭렵한 것 같다. 내가 별난 줄 알고 숨은 채로 지냈는데, 얼마 전 채널예스에서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아닌데도 육아서를 읽고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챙겨보는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최근작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예스 24에서 2021년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되었다. 육아서가 1위에 선정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녀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거 아닐까. 다른 말로 하면 흔히 말하는 '요즘' 부모들이 더 나은 육아를 하기 위해 점점 더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나는 금요일 밤마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청하며 눈물을 흘린다. 정말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신청한 가족들이나, 그 속에 등장하는 금쪽이 들이 나의 어린 시절만 같다. 금쪽이 들의 부모나 보호자로 출연하는 이들도 마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만 같다. 특히나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부모들이 출연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지만 육아는 정말 너무너무 어렵다고 할 때, 거기에다가 오박사 님이 "가엾고 짠해라, 금쪽이 엄마 정말 힘들었겠구나.."라고 한마디만 하시면 나는 눈물샘이 폭발하게 된다.
나는 90년대생으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IMF의 거센 태풍에 휘말린 세대이다. 버젓이 회사를 다니던 아빠가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파트타임으로 백화점 판매직에서 근무했던 엄마도 일자리를 잃는다. 작지만 알찼던 서울의 한 가정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지방 도시로 등 떠밀려 내려온다. 그래도 어린 두 딸들 먹어 살리려고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이 없던 우리 부모님은 당시 고작 4살, 7살이었던 우리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당장 그날 저녁밥 한 끼 해먹이고, 살고 있는 월세집과 영혼을 끌어모아 개업한 구멍가게 운영이 훨씬 더 중요했다. 감정을 알아차려 주거나 공감해주거나, 이해해 주는 유년기보다는 지시와 금지 혹은 방치가 더 많은 경우를 차지했던 나의 유년시절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공감과 이해를 하는데 서툰 어른이 되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쪽이 부모님들이 모두 사연이 있듯이 우리 부모님들도 사연이 있으셨을 테고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그들도 부모가 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실수를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도 우리 언니를 임신했을 때, 고작 20대 초반이었다. 현재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이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오박사 님의 솔루션을 받고 그 솔루션으로 인해 나의 어린 시절보다는 덜 불행해진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마무리되는 가족의 초상화를 보며 간접적인 위로를 받는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끝나면 곧이어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로 마음이 괴로운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들도 누군가의 금쪽이니 오박사 님께서 마음을 어루만져주겠다는 말씀이 와닿는다. 그녀의 이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힘은 '공감'과 '전문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긍정적인 자세와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에게 힘이 되었으며 그 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활용하여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다. 금쪽 상담소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고민 하나하나도 심금을 울린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그들도 역시 누군가의 금쪽이구나, 깊은 공감이 간다. 어느 한 연예인의 고민에 오박사 님은 모두에게 친절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라고 위로해주신다. 아,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오박사 님의 팬이 된 지 이제 2년이 조금 다 되어 간다. 나는 이제 내가 유난히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일이 생기면 한 발짝 물러나 감정을 살펴보고, 그 일에 관련된 사람들과 완벽하진 못해도 용감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울고 떼쓰는 아이들을 보고 짜증만 났던 내가 이제는 감정을 '알아차려주는' 어른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금쪽 이를 애청하는 2030 남녀들이 모두 비슷한 마음과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먹고살기 바빠 외면당했던 어린 시절의 우리를 잘 보듬어 주시는 오박사 님과 함께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은 정말로 더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박사 님의 말씀들 중 내가 공감하며, 새겨두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을 공유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자신과 부모와 맺은 관계가 자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현상은 80%~90%로 굉장히 높지만, 내가 부모와 불편한 관계를 가졌었더라도 이에 실망할 필요 없다. 내 성장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미래에 겪을 어려움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에서 한 발 물러나 나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면 후천적으로도 안정감을 획득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상황이 왜 이렇게 유난히 거슬리고 화가 날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자존감은 자신감이나 자아도취가 아닌 '자신이 생존할 만한 가치로 여기는 마음'이다.
불안을 감내하는 것이 인간의 성숙이다. 모든 인간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내게 큰 부상을 주지 않는다면 가끔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