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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ro Oct 12. 2021

아무튼, 오늘도 출근

네덜란드 직장생활 이야기

지난 9월 1일부로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직장이라기보다는 학사 과정에 포함되어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인데, 

6개월동안 국제적인 기업에서 직접 일을 해보며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직급이나 분야에 내가 관심이 있는지 직접 알아볼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은 요새 핫한 sustainability, 즉 지속가능한 생활과 경제에 기여하는 무역기업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유럽전역에서 폐기물, 특히 폐지를 사들여서 이 폐지들이 다시 재활용되어 재탄생될수있도록 전세계로의 수출입을 주관하는 무역서비스 제공업체이다.


막내중의 막내인 내가 하는 일은 딱히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도움이 될수도 있는

시장조사와 계약서 작성, 사무보조 등이다.


내 일상을 요약하자면 출근 8시반 퇴근 4시, 점심시간은 오직 30분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점심 천천히 먹어야하는데..

한국인은 자고로 밥심이라고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나누는게 정석인데!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샌드위치, 버터와 치즈만 넣은게 일반적이다 (출처: hln.be)

나와 내 친구들은 장난으로 네덜란드는 land of boterham (샌드위치의 나라, boterham은 더치어로 샌드위치를 의미)라고 한다.  그도 그런것이, 점심시간 30분은 그냥 정말 말그대로 배를 채우는 시간이다.

심하면 그냥 인스턴트 스프나 바나나, 사과 한개로만 때우고 마는 경우도 보았다.

샌드위치도 우리가 생각하는 야채, 햄, 계란 등이 들어간 맛있는 식사가 아닌 그냥 빵쪼가리 사이에 치즈 한장이 그만인게 보통인 문화가 있다.

나로써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이었다면 배달음식이나, 근처 식당에서 다같이 먹거나, 사내식당이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밥다운 식사를 집에서 챙겨왔을텐데...!

나도 첫 일주일정도는 볶음밥이니 주먹밥이니 열심히 싸가지고 다녔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아, 이사람들은 점심식사마저 실용성이구나.


그러니까, 밥을 같이 먹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 사람들은 점심도 가볍게 뚝딱 먹고서는 (빨리 먹어치우면 더 좋고) 

자신의 업무를 예정보다 일찍 마쳐 조기퇴근을 하는것에 더 의미를 두는거다. 

집에서 가족과, 혹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게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노닥거리는것보다 중요하니까.

도시락을 싸는것도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하는 아침에는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는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도, 한달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boterham을 도시락에 넣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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