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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ro Jun 07. 2022

나도 혹시 나르시시스트?

나르시시스트가 넘쳐나는 세상

나르시시시트 (Narcisist), 자기애(自己愛) 성 성격장애라는 의미로 통용이 되어 보통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여러 외부로부터의 지속적인 인정을 갈망하는 것이 흔한 특징이다. 


에코와 나르키소스 (John William Waterhouse)


나르시시즘은 오래 전인 1세기 (서기 8년)에 로만 시인 오비 디스에 의해 쓰인 책에서 유래되었다. 그의 책중 Metorphoses 3권은 잘생긴 청년 나르키소스 (Narcissus)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강의 신 케피소스 (Cephisus)와 님프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리리오페가 나르키소스를 낳고 예언자에게 아들이 오래 살게 될 것인지를 묻자 예언자는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다"라고 답했다. 매우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성장한 나르키소스는 남녀노소 모두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그로부터 거절당하자 나르키소스가 준 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헤라 (Hera)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만 낼 수 있게 된 저주를 받은 숲과 샘의 님프인 에코 (Echo)마저 거부하자 슬픔에 잠겨 서서히 사라져 메아리만 남게 되었다. 신들은 나르키소스를 물웅덩이에 비친 자기 자신에 반하게 만드는 벌을 주게 되었다. 이렇게 나르키소스로부터 거절당한 이들이 나르시스도 역시 같은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달라고 빌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Nemesis)가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어느 날 숲에서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마른 목을 축이러 샘에 갔다가 맑은 물에 비친 자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발짝도 떠나지 못한 채 반사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게 되다가 탈진하여 죽게 된다. 


그리스 신화 전설 중 하나인 이 이야기가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정신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 (Freud)가 정신분석 용어로 들여오고 나서부터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기 자신의 육체, 자아, 정신적 특징이 본인의  리비도가 되는 것, 즉 자기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로 쏠려있는 것이 된 상태이다. 나르시시즘은 종종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와도 함께 쓰이는데, 가스 라이팅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 (manipulate)하여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의문을 불러일으켜 지배력을 행사하는 심리적 학대를 일컫는 용어이다. 가스 라이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른 포스팅을 작성하는 걸로... 




이렇게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혹시 나도..?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 자신을 더 신경 쓰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나르시시즘적 성향과 자기애성 인격장애 (NPD, Narsiccistic Personality Disorder)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이트도 모든 인간들은 유아기 때 모든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쏠려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를 1차적 나르시시즘이라고 일컬었고 자존감을 위한 어느 정도의 자기애 (self-love)는 건강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반면 이 자기애 적성 향이 인격장애로 지나치게 발달된 나르시시스트들, 즉 NPD를 가진 사람들은 자멸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NPD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결여

외부로부터의 지속적인 관심과 칭찬 갈망 

자신의 능력과 업적에 대한 과장

자신은 특별하며 자신은 높은 사회적 지위에 속해있다는 특권의식

다른 사람들은 별것 아니라는 태도

특별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인신공격으로 간주

남들에 대한 끊임없는 질투, 남들 또한 자신을 끊임없이 부러워한다고 착각함

성공과 권력에 대한 집착

지나지체 강한 승부욕, 패배를 인정하지 않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남들을 착취 (gaslighting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

항상 '나'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 내가 뭘 했고 내가 뭘 입었고 내가 무슨 차를 타고...




놀랍다면 놀랍게도 이 나르시시트들은 자실 자기 자신에 대해 상당히 자신이 없는 (insecure)한 사람들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자기애가 상당히 낮은 자기혐오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외부로부터의 정당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불안정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 자신들 나름대로 자기 주변 환경을 조작하고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가족관계에서는 보통 자아도취적인 성향이 강한 부모들이 자기애의 확장으로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본인들의 자긍심과 자기애적인 필요성을 충족할 수 있게끔 행동하도록 요구하게 된다. 연약한 자녀들은 자라면서 이 성향에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되고 부모의 요구에 충족하도록 자기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며 자라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남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나르시 시트 부모들은 외부의 인정이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 자녀들이 입는 옷, 바깥에서의 행동, 진학하게 되는 학교의 레벨, 취직하게 되는 직종을 본인이 결정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역시나 가스라이팅으로 비난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내가 너 때문에 희생한 게 얼만데 기껏해야 그런 학교/직장을 다녀?"정도가 되겠다.


연인관계에서는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파트너의 외모에 상당히 집착하게 된다. 혹은 자신이 여기기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의사나 교수 같은 직업군을 선택하며 자기애를 충족시킨다. "내가 이 정도쯤은 만나줘야지"라는 생각이다. 낭만적인 사랑에 쉽게 몰두하게 되어 연애 초기 엄청난 애정을 쏟아붓는다. 이는 Love Bombing이라고도 불린다. 선물공세나 끊임없는 (외모에 대한) 칭찬,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너 없인 못살아 등등으로 사랑을 쏟아붓다가 상대 역시 보통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식어버리고 헤어질 이유를 찾아내서 헤어지고야 만다. 이 헤어짐의 이유도 역시나 살이 조금 쪘다거나 편안해져 화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외적인 이유가 태반이다. 혹은 또 다른 love bombing의 상대를 찾게 되면 떠나게 된다.


나르시시즘이 위험한 것은 이들이 공감능력은 없지만 공감능력이 있는 '척'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특정 사회적 상황에서 공감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느 것인지 간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가짜 공감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강력한 자기애를 처음 맞닥뜨리면 자신감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혹시 나도..?'싶은 마음이 든 자체가 나는 나르시시트정도까지는 아니구나, 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안도감 아닌 안도감을 얻게 되었지만 최근 들어 이 '나르시시즘' 혹은 '나르시시스트'라는 용어를 더 자주 접하게 된다는 것에 조금은 슬퍼진다. 그냥 도끼병이나 자뻑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의 심각성이 늘어서라고 생각이 된다. 혹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이 이 나르시시즘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나의 '완벽하고 섹시하고 글램'한 삶을 뽐내어 외부로부터의 끊임없는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친구, 가족, 연인관계였다면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이들로 확대가 되었다. 끊임없이 '좋아요'수와 댓글 수를 확인하며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좋아요 수가 뇌를 각성시켜 어느 정도의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을 강화시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어떠한 것이든 너무 과하면 해롭다는 과유불급의 이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 또한 이렇게 온라인에 블로그를 작성하는 자체도 외부로서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자기 성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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