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한 달 살기 : 벌써 일 년
혼자 하는 여행은 쓸쓸하고 무섭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말조차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오롯이 혼자의 시간이 보내며 내가 배운 것 하나는 나에 대한 발견이었고, 그 발견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었다.
일에 얽매이지 않고, 관계에 휩쓸리지 않으며 보낸 시간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혼자의 시간은 결국 내 스스로를 위안하고 가다듬고 정리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아름답긴 하지만 하루면 볼 게 없다는 작은 소도시에서 30일간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건 생각보다 외롭고 즐거웠다. 5일도 채 되지 않아 유명한 퀘벡의 명소들을 샅샅이 구경했고, 숍 하나하나 들어가 작은 소품까지 눈여겨보았다. 매일같이 같은 길을 걷고, 뜻밖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즐거워하고,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여행이 끝난 지 일 년이 지났고, 그때 느꼈던 즐거운 기억들과 감정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나는 현실로 돌아와 나의 삶을 살고 있고, 다시 일에 얽매이고, 관계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시절, 그때의 사진첩과 스케치북을 보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때 기분이 어땠었는지, 좋았었는지, 나빴었는지,
아주 단순하지만, 나에 대해 오로지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던 시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