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한 달 살기 : You'll miss Quebec city
썸머타임이 끝나자 해는 4시반에 지기 시작했고, 몇일동안 내린 비에 온도는 영하로 내려갔다. 할로윈데이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퀘벡사람들은 두 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로얄플레이스 광장에는 커다란 트리가 나타났고, 곧곧의 작은 공원에는 곧 있을 크리스마스마켓을 준비하는 부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쁘띠썅플랭거리를 가득채우던 관광객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차가운 공기와 쌀쌀한 바람만이 거리에 맴돌고 있다.
퀘벡을 떠나는 날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못샀던 기념품 몇가지를 사고 조금씩 짐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벌써 3주가 훌쩍 넘어 곧 있으면 딱 한 달. 퀘벡에서의 한달살기는 생각보다 더 여유로웠다. 낯설었던 퀘벡이 어느 날 문득 일상적인 동네가 되어버려 핸드폰을 두고도 마음 편히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던 적도 있었다. 여유롭게 그림만 그리며 힐링할 줄 알았던 퀘벡에서 생각지도 못한 치통에 삼일 밤낮을 시달리다 결국 치과를 가기도 했었다. 딱히 이 도시에 적응해야겠다는 노력을 하지않았는데 어느 날 자연스럽게 퀘벡에 녹아든 것 같은 기분.
오늘 마지막으로 들렸던 치과에서 만난 에이미는 나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일단 다음 행선지는 가까운 몬트리올. 퀘벡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도시인 몬트리올의 큰 치과에서 5년정도 일을 하고 다시 퀘벡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녀가 느낀 몬트리올은 불친절하고 시끄러운 도시였다고 했다. 그녀는 5년동안 매일매일 퀘벡이 그리웠고 결국 다시 돌아왔으며, 지금 퀘벡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You'll miss Quebec city, seriously"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