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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맛있는 거 먹자

by 해진

동생은 좋아하는 게 없었다. 나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이 어릴 때, 집안이 힘들었던 탓에 어디 놀러 가기도 어려웠고 다양한 음식을 접해볼 일도 당연한 듯 없었다.


몇 년 뒤 생존을 위해서 단 둘이 살아야 했을 때, 그런 동생에게 많은 것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특히 먹는 것에 있어서 집착 아닌 집착을 했다. 할머니께서 식당에서 일하셨던 탓에, 매일 같은 반찬에 밥을 먹었던 엄마도 좋아하는 음식이 딱히 없으셨다. 엄마가 그런 것까지 물려주고 싶진 않았을 것 같았다.


우리는 자취에 적응해 가며 요리도 다양하게 해 먹고 배달이던 외식이던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무엇 하나라도 동생에게 취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우리 형편에 5만 원짜리 치즈를 먹어도 되나 고민하기도 해 보며 사회 시간에나 배운 ‘엥겔 지수’가 높아져 갔다. 그래도 ‘저녁 뭐 먹을까?’ ‘맛있는 거!’ 하며 함께 고민하던 시간들은 유일했고 즐거웠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나서 동생도 일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동생은 연어를 제일 좋아하고, 평소에 먹고 싶은 것도 있다. 우리는 지금 따로 살게 되었지만 만나게 되면 맛있는 것을 먹을 궁리를 한다. 얼마 전에 같이 간 술집에서는 칵테일을 처음 마셔봤다는 말에 아직도 못해 본 것들이 많겠구나, 같이 해볼 것이 아직도 남아있구나, 이제는 같이 술을 마실 나이가 되었구나 새삼스러웠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몇 끼를 함께 더 먹을 수 있을까? 맛있는 곳을 열심히 찾아서 여기저기 같이 가야지, 이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아마 나는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우리 맛있는 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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