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기 힘든 친구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누가 봐도 지내기 힘든 친구는 사실 논외라고 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퉁명스럽게 굴거나, 친구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듯 혼자 지내려는 태도는 누구에게나 환영받기 어렵다. 문제는, 남들은 멀쩡히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랑 유독 안 맞는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을 대할 때면 처음에는 내가 문제인지 그 친구가 문제인지 헷갈리다가, 결국에는 그냥 우리 진짜 안 맞는구나 하고 인정하게 된다. 나에게만 힘든 친구들은 이런 친구들이다.
1. 비밀이 너무 많은
사실 적당한 비밀은 관계의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비밀이 너무 없는 사이가 건강한 관계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가까워지는 속도와 비례해 조금씩, 한 걸음씩 자기노출을 해서, 서로 편할 때 많이 알아가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다. 반대로 나는 비밀이 너무 많아도 좋은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난 지 3년, 4년이 다 되어가는데 만날 때마다 날씨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얼마나 재미없는 만남일지. 상상만 해도 지루하다. 결국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하다. 나는 굳이 따지면 중간보다는 아주 살짝 비밀을 많이 말하는 편이다. 그래서 중간보다 아주 살짝만 비밀을 적게 말하는 친구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내가 가까워지고 싶어서 온갖 걸 털어놓는 와중에 자기 이야기는 절대 안 해주는 친구들이다. 그렇다고 말해달라고 조르기도 우습고 나도 안 말하자니 진전이 없는 관계 안에서, 나는 지쳐서 그 관계를 포기해버린다.
2. 지나치게 교과서같은
이탈리아 음식 중 하나를 골라서 조사하라는 과제가 있다고 해보자. 백 명 중에 오십 명 이상이 고를 것 같은 주제는 나한테서 일단 아웃이다. 피자? 파스타? 어림도 없다. 최소 아란치니 정도이거나 오소부코 정도 되는 낯선 주제여야 나에게 선택될 수 있다. 남하고 겹치고 B+를 받느니, 겁치지 않고 A+를 받거나 C+를 받을 수 있는 도박 같은 주제. 교과서 같은 친구들은 이런 나를 못 견딘다. 질겁하면서 안전한 주제를 하면 안 되겠냐고 애원을 한다. 결국 리조또 정도로 타협하고 다시는 그 친구와 팀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그 친구도 마찬가지겠지. 나와 같은 조인 팀 프로젝트가 아닐 때 그 친구가 무난하고 안정적인 발표를 해내는 걸 보면, 박수를 보내면서도 또 생각한다. 나랑은 진짜 안 맞는다고.
3. 사회 문제에 지나치게 둔한
굳이 말하자면 나는 지나치게 예민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침없이 문제를 지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나는 정말 손톱에 안 없어지는 거스러미 같은 존재일 것이다. 적당히 둔한 친구들이랑은 잘 지낸다. 그런 친구들은 내가 지적하면 '아 그래? 몰랐어!'하고 발언을 시정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둔한 친구들은 '지나치게' 예민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미 이골이 나 있다. 그래서 내가 뭔가를 지적하려 하면 그 전에 일단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 지적을 하여 공동체의 분위기를 망치는지 말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죽어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는 사람과 절대로 지적을 멈출 생각이 없는 사람은, 말만 들어도 비극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