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감사합니다.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기근일 땐 더 그렇다. 너무 당연한 소리이지만 잔고가 천만 원일 때 생기는 만원과 잔고가 백만 원일 때 생기는 만원은 그 무게가 다르다. 그리고 요즘 내 잔고는 후자에 가깝다. 어쩌면 더 두 자리 수에 가까울 지도. 슬픈 얘기는 이만 하고 나에게 지금 아무런 대가 없이 만원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해 보겠다.
1. 토핑 추가용
사실 원재료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을 텐데 식당에서 토핑을 추가하면 그렇게 돈이 아까울 수 없다. 얼마 전에도 소바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서 단새우 소바가 나를 계속 유혹했지만 나는 그냥 일반 소바를 먹었다. 저번에 단새우 소바를 먹었을 때 고작 단새우 세 마리 추가되는 메뉴인데 3천원이 더 비싸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3천원 추가 정도는 그냥 감내했을 테지만,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 만원 단위가 된다. 그래서 지금 공짜로 돈이 생긴다면 절대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토핑 추가에 쓸 것이다.
2. 긴급 구호용
갑자기 닥치는 재난은 우리 나라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기근인 와중에 세이브더칠드런 단체에 매달 n만원씩 후원금을 헌납하고 있지만, 가끔 추가로 기금이 필요할 때 연락이 또 온다. 돈을 많이 벌던 시절에는 그런 연락이 오면 추가로 n만원씩 투척하고는 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내가 절대로 쓰지 않을 만원을 어딘가 박아놨다가 긴급 구호 요청이 오면 만원이라도 보태고 싶다.
3. 그립톡
좀 우습긴 한데 그립톡이 사고 싶다. 지금 만 원이 아쉬워서 못 사고 있는데 나는 손이 작아서 그립톡이 있으면 휴대폰을 훨씬 편하게 쓰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길 만하면 사라지고 생길만하면 또 사라진다. 다음 달에는 그립톡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못 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