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한 물건 중 가장 비싼 물건을 찾아 결제 내역을 내리고 내리면서 조금 당황했다. 5만 원이 넘는 결제 내역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외식이나 커피, 그리고 쿠팡에 충전한 돈이 다였다. 커피마저도 최근에는 집에서 내려 마시는 일이 많아서 간혹 지출이 있을 뿐이었다. 겨우 찾은 결제 내역이 만 원짜리 바지다. 그 물건 말고는 근 한달 동안 나를 위해 산 '물건'은 없다.
여름 바지도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살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7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포르투갈 여정 때문이다. 대규모의 인원이 공용 숙소와 화장실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못 할 예정이라 지금 어떻게 그 3주를 잘 보낼 수 있을지 궁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머리가 길면 막막할 것 같아서 단발을 고려하고 있고, 치마를 입고 다니면 불편할 것 같아서 바지를 산 거다. 여름 치마가 그렇게 많은데도 바지를 사야 하는 상황이 눈물이 나서, 지금 원피스들을 죽어라고 돌려 입고 있다. 아무튼 가난한 상황에서의 소비는 슬프다. 원래 같으면 적당히 예쁘면 적당히 사고 말 텐데, 지금은 어느 정도 이상 금액이 넘어가면 포기해야 하는데 디자인적인 부분도 포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지 두 벌 사는데 서치를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직 배송은 오지 않았지만 여름에 입기 좋은 찰랑거리는 소재에,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긴 바지다. 분홍색과 하늘색을 하나씩 샀는데 이 와중에 파스텔 옷을 사고 있는 내 스스로가 웃음이 났다. 올여름을 책임질 2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