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일
차고 습한 공기 흐릿한 날씨 속 널 기다리던 골목길
처음 가보는 식당 앞에서 초콜릿 박스를 들고 네가 나타나면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에 당황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포옹으로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너까지 당황할까봐 그냥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는데
꽉 안았어야 했다
네가 마스크가 신기하다고 언급했을 때 다회용 마스크라고 자랑만 하지 말고
네가 준 마스크 스트랩의 행방을 전했어야 했다
초콜릿을 더 로맨틱하게 건넸어야 했으며
더 비싼 메뉴를 주문해야 했다
마지막 한 입 말고도 더 많이 양보해야 했다
새로 산 물건을 자랑하려 했는데 잊어버리곤
다음에 금방 만날테니 그때 보여줘야지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 만남은 없을 수 있다는 걸 매번의 만남에 기억해야 했다
널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약속 일찍 끝낸 걸로 뭐 얼마나 더 공부할 수 있다고 뭐 몇 문제나 더 풀겠다고
그러지 말고 빙수라도 먹었어야 했다 그리고 다음 약속도 잡아야 했다
수능 끝나고라는 막연하고 흐릿한 말 말고
집에 돌아가는 너한테 상대색감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꺼내지 말고
마음이 어떤지 물어봤어야 했다
더 화를 냈어야 했다 감히 너를 놓친 그 인간에게
사랑한다는 말에 더 사랑한다고 과장스러울 만큼 표현했어야 했다
전화를 했어야 했다 그날 그렇게 문자를 마무리하지 말고
그런데 사실 넌 전화를 했어도 안 받았을 것이며
사랑한다는 말은 못 했지만 넌 언제나 내 힘이라고 말했고
그 인간에게는 심한 욕설을 퍼부었으며 네 편에 서겠다고 했고
네 마음에 대해서도 물었고
우리는 언제나 시시콜콜한 얘기로 즐거워지는 사람이었고
막연하고 흐릿하지 않은 계획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하기로 한
그날은 빙수를 먹기엔 너무 추웠고 다음 약속 이야기도 했고
너는 내 수능까지도 걱정하고 있어서 오래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네가 집에 가겠다고 했고
마지막이어도 좋을 정도로 행복한 만남이었다
우린 주에 서너 번이나 보는 사이였으니 용건 하나를 잊었다고 아쉽지 않은 건 당연했고
네가 자랑 따위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마지막 한 입도 너는 배부르다고 사양하다 겨우 먹었고
비싼 음식은 아니었어도 네가 고른 메뉴였으니 됐다
너는 초콜릿 박스를 안고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결국 네가 준 마스크 스트랩을 안 하고 간 것, 너를 안지 않은 것
두 가지 후회만 남지만서도
그것 말고도 다 바꾸고 싶은 이유는
이렇게 매일 보고싶을 줄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