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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Oct 02. 2023

[별글] 167_ 좋아하는 카페

  사실 좋아하는 카페가 딱히 없음을 먼저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커피는 집에서 내려먹는 게 맛있고, 어쩌다 밖에서 사먹어야 할 때는 바쁜 날이어서 최대한 싼 브랜드를 찾아(한 잔에 2천원 이하인) 후다닥 테이크아웃만 한다. 이야기가 나눌 장소가 필요하다면 동아리방에 가거나 공공 휴게시설을 찾거나, 자취방에 데려오거나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술집에 간다. 물론 카페를 굳이 피해다닌다는 건 아니지만 좋아서 간다기보단 그저 주변에 있는 카페 중 괜찮아 보여서 간다. 


  카페를 자주 안 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배경음악을 내가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거슬린다. 카페에서 힙하거나 감성적이라고 주장하는 BGM의 사운드나 화성이 굉장히 거슬릴 때가 많다. 차라리 올드팝을 틀어놓는 술집을 찾고 싶다. 하루에 카페인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이라 오후에 카페를 가면 곤혹스럽다는 점도 그렇다. 단 음료는 혈당 스파이크가 올까봐 마시기 두렵고 티 종류는 돈이 아깝다. 열한시에서 열두시 무렵에 카페에 가자는 제안엔 상대적으로 쉽게 응하는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치고는 테이블과 의자가 굉장히 불편할 때가 많다. 의자야 그렇다 쳐도 나는 테이블만큼은 한 사람 당 학교 책상 만큼의 공간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커피 브랜드 중에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할리스를 꼽겠다. 할리스에 대한 큰 호불호는 원래 없었는데 2014년에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한 경력으로 호감이 되었다. 그리고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와 할리스의 할리치노를 비교하면 내 입에는 단연 후자가 맛있다. 스타벅스는 얼음을 갈아 넣었다는 느낌이 분명히 드는 음료를 만들어서 먹다 보면 물을 탄 맛이 난다. 할리치노는 물론 얼음이 들어가긴 했겠지만, 이건 분명 우유 베이스 음료라는 느낌이 든다. 요즘에는 오트밀크로 변경도 되어서 더 마음에 든다. 나는 찬 우유를 한꺼번에 들이키면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가 아닌 개인 카페를 말하자면 홍대에 있는 모파상을 좋아한다. 원래는 '럼앤바닐라'라는 이름으로 까눌레만 따로 파는 가게도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카페로 통일된 것 같다. 까눌레도 휘낭시에도 정말 맛있지만, 모파상에 가면 비엔나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다. 진하지 않은 음료는 마시면서 화가 난다. 내가 얼음물을 5천원 넘게 주고 샀나 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모파상의 비엔나 커피는 밀도가 아주 thick해서 한 모금 한 모금 납득하면서 마신다.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누적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다. 심지어 서너 군데의 카페를 연속으로 들르는 친구들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뭘 즐기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다. 분위기? 커피 그 자체? 공간의 향기? 아무튼 나의 경우에는 카페에서 쫓아내지 않는 이상, 괜찮은 한 군데에 자리를 잡으면 두세 시간은 꽉 채워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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