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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Oct 07. 2023

[별글] 170_ 당장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으냐는 물음에 나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독심술이라고 대답해 왔다. 독심술은 유독 부작용이 많이 논해지는 초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하지 않는 상대방의 진심까지 알게 되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모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알게 되어 일상생활이 굉장히 피곤해진다거나 하는 협박조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늘을 날겠다는 사람에게는 그러다가 새랑 부딪치면 어떻게 할 건데? 비행기랑은? 건물이랑은? 이런 식으로 시비거는 사람을 많이 본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겠다는 사람에게는 태클이 많이 걸린다. 멀쩡히 잘 지낼 수 있었던 사람이 널 가끔 짜증나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 괜히 사이가 멀어지면 어떻게 할 건데? 알 필요도 없었던 악의를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건데? 모두의 본심을 알게 되면, 세상 만사에 초탈하다 못해 냉소적으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건데?


  솔직히 말하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되어도 상관 없고 오히려 좋다. 멀쩡히 잘 지내던 사람이 가끔 짜증내는 그 행동을 덜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악의를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쁜 의도건 좋은 의도건 다 알고 싶다. 모두의 본심을 알게 되면, 세상에 상상도 못한 못된 마음도 많지만 가늠도 못한 고운 마음도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인식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클은 다 극단적인 상황의 설정으로부터 온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초능력을 선택한 사람이 이동할 때마다 날아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힘이 세지는 초능력을 선택한 사람이 무거운 물건이라고 무조건 다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모두의 마음을 읽고 다닐 생각은 없다. 


  물론 읽을 수 있을 만큼 전부 읽고 싶다는 유혹이 들 것이다. 거기부터서는 내가 자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도 TMI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적당히 거리를 둔 친구에게 연락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고 싶어도 조금은 참아야 한다. 다만 너무 답답할 때, 도저히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을 때, 마음을 알면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을 때는 초능력을 사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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