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어.
사실 좀 원망한 적도 있었다?
너는 진짜로 온다고 생각하면 꼭 달아나더라
아니지, 사실
너는 너의 속도로 한치도 틀림없이
뚜벅
뚜벅
걸어왔지만
너의 기색이 느껴지면, 그래
꼭 걸음을 잠시 멈추더라
우리들만 널 기다린 건 아닌지
조상님들은
입춘이니 경칩이니 네가 온다는 날을 헤아리고
우리는 또 끄덕이며 열심히 달력에 받아적었지만
꼭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우린 발만 동동거리고
근데, 약속했잖아
그리고 넌 매년 지키더라
기약이 없을 뿐
정해진 날짜를 모를 뿐
오늘도 아니겠지 싶어
마음이 꺾이고 꺾여서
춥겠거니 습관처럼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간 어느날
당황스러울 만큼 환한 햇살이 여몄던 지퍼를 내리면 그제서야
너를,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