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31_ 꾸준함의 힘

by 벼르

내가 한 달동안 무언가를, 강제성 없이 꾸준히 해본 적이 있나? 운동은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퍼스널 트레이닝을 등록해야 했고, 공부는 꾸준하게 의식적으로 했다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하거나 흥미 있는 분야를 공부했다. 의식적으로 습관을 가지려고 한 일에 대해서는, 하루에 하나식 질문을 답하는 형태의 일기장조차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왜 성공했을까? 4월에는 휴재권을 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3월엔 어쨌든 매일 해냈다.


꾸준함은 그 힘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3개월 동안 운동을 쉬다가 하루 운동한다고 해서 한 순간에 몸이 좋아지지 않는다. 우리는 성급하게 거울에 근육을 비추어 보기도 하고 어제의 체력과 오늘의 체력을 비교해보기도 하지만, 당연히 크게 다를 리 없다. 처음의 조바심을 버리고 그냥 계속 운동이나 하자며 체념할 때쯤 변화는 우연히 눈에 띈다. 항상 욕하면서 오르던 언덕 꼭대기에서 숨이 차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거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가전제품이 번쩍 들릴 때 말이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서 나를 보고, "뭐야, 왜 이렇게 힘이 세?" 하면 나조차도 나에게 놀라서 말한다. "그러게요."


사실 글쓰기를 시작할 때에는 한 달쯤 글을 쓰면 글쓰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더라도, 확실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체감되는 변화는 딱히 없다. 그래서 오늘 작은 체념을 하고자 한다. 그냥 오늘은 오늘의 글이나 쓰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나에게 "뭐야, 글을 왜 이렇게 잘 써?" 하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면 나도 내 글을 다시 읽고 새삼 놀라서 대답할 것이다.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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