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국내인데 아무리 호기로워도 차로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섬들은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특히 제주도로의 여행은 섬 여행이라는 느낌보다는, 최저가로 즐기는 해외여행 느낌이다. '해외'라는 단어가 글자 그대로 바다 바깥이라는 뜻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성수기에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값이나 동남아나 일본 등에 가는 비행기 값이나 큰 차이가 안 나서 제주도를 가느니 가까운 외국을 가겠다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하지만 외국에 가려면 여권이니 비자니 챙겨야 하는 데다, 생활언어를 최소한이라도 배워서 가야 하고, 핸드폰 로밍을 해야 하는 등등의 귀찮은 문제와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제주도만큼 편한 여행지가 없다. 나에게 제주도는 멀리 왔다는 기분은 나면서 큰 부담 없이 출발할 수 있는 여행지이다.
대부분 한국인은 제주도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는 여행지-여행객으로서의 관계만 맺다가, 대학교에 오면서 제주도 출신의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말씨에 자연스럽게 밴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아 서울 친구들 사이에 감쪽같이 숨어있다가,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땐 전혀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말로 시선을 모았다. 그리곤 장난으로 우리를 육지 사람이라고 불렀다. 난 사실 서울에서만 나고 자라서 그렇게 다양한 고향의 사람들은 스무살이 되어서 처음 보았다. 그리고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제주도 언니 오빠들은 모두 올바름에 대한 고민을 평균 이상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픈 역사로 이름난 지역 출신이라서 고민이 많은가, 내 마음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때로 제주도에게 과몰입을 하기도 했는데,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머무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러니까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식당 주인이나 기념품점 주인의 입장에서, 단골이 되기 어려운 손님을 주로 맞이하는 기분은 어떨까. 실제로 내가 제주도에 갈 때마다 들르는 가게가 있는데, 그마저도 3년에 한 번 꼴이니까 주인으로서는 알 턱이 없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가 아니라 섬 자체를 떠올릴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방문해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눌러앉는 사람은 많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이 임시의 장소로 떠올리는 그런 섬 말이다. 분명 그런 외로운 섬을 닮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잠시 어울릴 즐거운 상대로 떠올리지만 오래오래 곁에 두지는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을 떠올리면 괜히 쓸쓸해진다.
실컷 외롭고 슬픈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나는 짝꿍과 가장 최근의 제주도 방문에서 호기롭게 눌러앉을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교직임용 시험을 보러 올 수 있을지 가능성을 논하기까지 했다. 끝도 없이 파랗게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광경을 보면 있던 슬픔도 사라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