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내 오랜 친구야. 나에게 사랑을 알려줘서 고마웠다는 산뜻한 감정으로 너를 대할 수 있게 된 건, 너와 헤어지고도 6년쯤 지나서였을까. 한때는 우리가 어렸다는 사실이 너무 미웠어. 왜 우리는 미숙할 때 만나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그 질문이 나에게 한처럼 맺혀 있었어. 지금은 우리가 어릴 때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비꼬는 의미가 아니고 정말로(사실 한때는 비꼬는 의미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었어. 좋아했던 만큼 뚜벅뚜벅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마음도 미어졌지만, 우리는 서로를 오래도록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인정해.
너와의 기억은 너에 대한 미련을 싹 비워내고 나서야 다시 달아졌어. 쓰고 맵고 뜨거워서 뱉어내고만 싶었던 감정은 씁쓰름한 흔적으로만 남았고. 달다 못해 나를 취하게 만들었던 순간은 단맛이군, 싶을 만큼의 딱 적당한 달콤함이 되었어. 그래서 요즘은 막연히 어린 사랑이 떠오르는 날 사탕처럼 꺼내서 먹는 기억이 됐어. 아마 넌 깜짝 놀라겠지? 너의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화들짝 놀라고 격하게 반응하던 나만 아니까. 1의 인풋으로 100의 아웃풋이 나오던 천진한 여자애가 어느새 간식처럼 너와의 기억을 아무렇지 않게 삼키다니. 불경스럽게 느껴질 지경이야. 그도 그럴 게 너는 나한테 한때 신이었거든.
너와 나의 아주아주 마지막의 대화 기억나? 이제 그만, 이라는 약속을 어기고 또 어기던 내가 처음으로 그 약속을 지킨 날 말이야. 너무도 쉽게 '그만 연락하자는 말 하려고 연락했지? 알겠어!'라고 말하는 나 때문에 넌 조금 당황한 것 같았어. 아마 여느 때처럼 질질 매달리는 나를 상상했을 테니까.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하다. 다른 사람한테 그제야, 너한테 차이고 4년이 다 되어가는 때에서야 홀랑 넘어가 있었거든. 근데 그때도 사실 산뜻한 감정은 아니었어. 복수한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랑, 네가 되려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섞여 있었어. 사실 그때 좋아하던 사람이 너무 커서 그 통쾌함과 걱정이 내 의식의 중심에서 살짝 밀려났을 뿐. 지금처럼 단정하게, 담담하게, 너의 미소를, 우리가 지났던 길을 돌아보고 씩 웃는 건 정말 얼마 안 됐어. 초콜릿 같은 내 첫사랑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은 네 덕분이야. 어딘가에서, 그때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랑을 하며 잘 살고 있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