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안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나는 남들 다 잃어버리는 우산부터 쉽게 잃어버리지 않는 지갑까지, 화려한 분실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도 아끼는 우산을 잃어버려서 속이 한껏 쓰리다. 심지어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정확히 안다.
나의 분실은 귀찮음과 작업기억 용량 부족의 합작이다. 나는 웬만하면 혼자 있을 때에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물건에 쏟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적 자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다르다. 정신이 온통 사람에게 쏠리면 내 소지품은 안중에도 없다. 얼마 전 우산을 잃어버렸던 날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였고 내 모든 인지적 자원은 그들에게 있었다. 마침 어제도 동아리 방에 물건을 잔뜩 두고 와서 조금 곤란해졌는데,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놓고 나오던 그 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였다. 그들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니지만 난 정말 사람에 약하다는 건 확실하다.
자기한테 중요한 것만 안 잃어버리면 되지 않나 싶다. 나는 물건을 신경쓰느라 눈 앞의 사람을 놓치는 일이 더 아깝다.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이를 바보같다고 하겠지만 나는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 잃어버린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덜 중요한 것에 시선이 뺏겨서 잃어버린 적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