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 그러니까 휴대용 전자기기라던지 책, 종이, 온갖 유용한 가전제품 등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발명의 사건을 칭송하고 열광하니까. 나는 주관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천재적인 몇몇 발명품을 다루려고 한다.
1) 고체향수
나는 향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사실을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향수는 샤넬 넘버 파이브뿐이었기 때문이다. 많이들 쓰고 향수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향수들은 대부분 진한 머스크 향을 품고 있고, 나는 머스크를 싫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지금은 취향을 많이 개발해서 은은한 화이트 머스크 정도는 좋아한다. 골라서 쓰지는 않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세상에는 머스크가 아닌 다양한 향수가 있었고, 과일과 풀의 향을 알아가면서 나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향의 세계를 알아갔다.
그런데, 나는 향수를 뿌리는 걸 항상 잊어버리는 인간이다. 집을 나선지 한참이 되어서야 아, 맞다 향수 뿌리고 나올 걸!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향수병을 통째로 가방에 넣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향수가 전부 새어나와서 가방을 버린 이후로는 나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소분해서 들고 다니자니 변질도 쉽게 되고, 소분한 통도 마찬가지로 샌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체향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립스틱처럼 들고다닐 수 있으면서도 샐 걱정도 없고, 생각날 때마다 피부에 슥슥 바르면 된다니. 나에게는 혁명이었다. 고체향수의 또다른 장점은(어떤 사람에겐 단점일 수도 있지만) 발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좋아하는 향이더라도 강한 향을 맡으면 어지러워하는 편인데, 고체향수는 그럴 일이 없다.
2) 탐폰
이것만큼은 다른 사람들도 수도 없이 칭송한 제품이지만 나도 한마디 얹어야겠다. 나는 생리혈이 옷 밖으로 새는 걸 극도로 무서워한다. 크게 창피를 당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피가 흐르는 느낌을 너무 예민하게 느끼는 탓에,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큰일나기 일보직전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위기감을 느끼고 화장실로 달려가 확인해 보면 위험 근처에도 가지 않은 상황이다(모호하게 적고 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아들을 거라고 믿으며 적는다).
월경의 가장 불편한 요소 세 가지를 꼽으라면 월경통, 피부 발진, 그리고 움직임의 제한이다. 어릴 때 봤던 생리대 광고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다. 어떤 여자가 하얀 옷을 입고 하얀 침대에 앉아서(그 시절 생리대 광고는 왜인지 다 하얬다.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걸까) '너네 그날에 이렇게 앉아본 적 있어?'하면서 침대 위에서 다리를 꼬고 무릎을 감싼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며 야유하고 탄식한다. 그때 난 아직 어린이였는데, 아파서 저렇게 못 앉는다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알게 되었다. 생리 기간은 아주 가만히 앉아있어도 피가 샐까봐 불안해해야 하는 기간이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탐폰은 나를 움직임의 제한으로부터는 해방해 주었다. 운좋게 컨디션이 좋아서 월경통이 없는 날이면, 생리 중이라는 사실도 까먹을 지경이다.
3) 무선 이어폰
사실 나는 유선 이어폰 파다. 무선 이어폰을 칭찬하는 글을 쓰는 이 시점까지도 그렇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같은 가격을 주고 이어폰을 샀을 때 여전히 유선 이어폰의 음질이 압도적이다. 비슷한 음질의 이어폰을 사기 위해서는 두세 배가 넘는 가격을 주어야 한다. 게다가 연결이 불안정해지거나 끊기기도 한다. 특히 블루투스에 대해 배울 때 알게 되었는데 같은 제품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근처에 많으면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연결이 끊길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지하철 환승 구간에서 에어팟으로 노래를 들으려고 하면 아주 5초에 한 번씩 지직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이어폰이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달리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유선 이어폰을 끼고 달리기를 하려고도 시도해 보았다. 끈을 어정쩡하게 붙잡고 뛰거나 매번 땅을 딛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채로 뛰어야 했다. 어쨌거나 달리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다. 무선 이어폰의 등장으로 그 걱정은 사라졌다. 그리고 선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선이 꼬이지 않는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핸드폰 등 전자기기에서 이어폰 구멍을 없애는 행위는 적폐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선택권을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