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62_ 말랑하고 시원한

by 벼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타인의 신체부위 중에서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팔이다. 그것도 손과 가까운 부분 말고, 팔꿈치 위로 어깨와 사이에 있는 그 팔뚝 말이다. 근육질이어서는 안 되고, 말랑말랑한 살이 잡혀야 한다. 어릴 때는 늘 미짱의 팔을 노리다 덥썩 잡고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사실 어른이 되고 훌쩍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름만을 기다린다. 미짱이 반팔을 입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어른의 팔뚝은 그냥 허락받지 않고 만져도 되는 줄 알았다. 친구 엄마의 인솔로 미술관에 갔다가 하루종일 친구 어머니의 팔을 만지고, 그걸 전해들은 미짱이 기겁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미짱은 속으로는 기겁해도, 몰라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알려줄 때는 세상 차분했다. 하지만 미짱이 '이걸 몰랐다니...'라는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해서 다 티가 났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는 미짱의 팔만 만졌다. 손이 따끈따끈할수록 미짱의 팔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는 특히 내 손등으로 팔의 살결을 쓸어내리는 걸 좋아한다. 매년 이러다보니 이제 6월 어느 날쯤 본가에 가면 미짱이 환한 얼굴로 "반팔!"하면서 팔을 내민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벌써 설렌다. 나의 애착 팔을 가진 미짱을 더 자주 만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내 짝꿍의 팔도 자주 만지작거리지만 왠지 내 짝꿍은 미짱보다 체온이 높은지 미묘하게 따뜻하고 단단하다. 말랑하고 시원한 미짱의 팔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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