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 기억이랄 게 좀 시시한 사람이다. 일단 내가 스스로 '자아'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그때서야 '나는 나'라는 자아가 확립되었다. 그 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나는 왜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지 납득을 못 하고 있던 꼬맹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5학년 이전의 기억은 좀 흐리멍덩하다. 장면으로 기억나거나 감정으로 기억나는 단편은 있다. 그러나 사진을 보고, 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재구성된 기억인지 진짜 내 기억인지는 어쩐지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공이 구르는 조형물을 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옛날에 백화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중력을 이용해 공이 영원히 구르는 조형물이 있곤 했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물론 더 알록달록하고 화려했다. 유행이 지났는지 최근에 많이 보지는 못했다. 가운데에 엘리베이터처럼 공을 올리는 구조물이 있고, 올라간 공이 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지렛대와 중력, 원심력과 구심력이 공을 제일 아래로 다시 보냈다. 지금도 보라면 흥미롭게 몇 분 정도는 지켜볼 수 있겠지만, 어릴 때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거 보면서 서있어, 하면서 나를 세워놓으면 세 시간 후에 와도 나는 계속 공의 움직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 나는 움직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그것이 반복적인 움직임일지라도 말이다. 미짱은 그걸 알고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무언가 앞에 나를 데려다놓고 본인을 기다리라 할 때가 많았다. 어항도 내가 하염없이 보고 있던 대상 중 하나였다. 그러나 커다란 잉어들은 어쩐지 정적이어서, 어항 앞에 있을 때는 공기 방울의 움직임을 더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계속해서 물 아래에서 물 위로 치고 올라오는, 끊이지 않는 그 공기 방울. 관찰할 만할 움직이는 대상이 없으면 시계 초침을 몇십 분동안 보고 있기도 했다(그래도 그건 나도 지루했던지, 몇 시간동안 보지는 못했다). 워낙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여서 멈추지 않는 대상이 신기했던 걸까.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부지런한 사람이 좀 신기하긴 하다. 아니면 미짱이 만 세 살이 될 때까지 영상이라고는 전혀 보여주지 않아서, 동적인 대상 자체가 신기했던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