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89_ 종이접기

by 벼르

얼마 전 나는 잊지 못할 생일선물을 받았다. 친구들 다섯 명이 같이 색종이로 학을 접어서 박스 안에 모아준 것이다. 심지어 학 한 마리 한 마리 안에 날 향한 메시지나 응원, 노래 가사가 적혀 있다. 그걸 보고 감탄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 말했다. "도대체 종이로 학을 접겠다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누굴까?" 그러게 말이다. 종이로 학이며 하트며 표창을 접고 있으면, 도대체 이걸 누가 생각해냈나 싶다.


종이가 있으면, 아니 종이 비슷한 거라도 있으면 접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인지, 사람들은 포장지나 전단지로 이것저것 접는다. 주로 접는 건 딱지나 종이비행기. 특히 종이비행기는 누가 접냐에 따라 모양이 천차만별일 만큼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정사각형이 아닌 종이로도 만들 수 있어서 심심하면 접게 된다. 얼마 전 학생 총회에서도 마지막 퍼포먼스는 받은 포스터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은 방식으로 접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한때는 종이접기 실력이 인기를 좌우하기도 했다. 종이접기 작품이 선물이자, 편지지이자,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종이접기를 잘하는 건 아니었다. 종이접기를 실패하는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주로 모서리를 잘 맞추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책의 지시사항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손이 야물어서 모서리는 딱 맞추었지만 공간지각 능력이 살짝 떨어져서, 위로, 아래로, 옆으로, 돌리고 접고 펼치라는 지시사항을 엉뚱하게 알아듣곤 했다.


어차피 색종이 한두 장으로 만드는 작품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나 싶지만, 종이접기 책은 놀랄 만큼 두껍다. 어릴 때 나는 책에 있는 종이접기를 모두 도장깨기하려다 실패하곤 했다. 얼마 전 초등학교로 실습을 갔을 때도, 아이들이 랜덤하게 책을 펼쳐 종이를 접어달라고 부탁하는 통에 조금 긴장했다. 못 접으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은데, 그렇다고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책의 지시사항은 어른이 된 내게는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접어보는 '파운드케이크 접기'에 성공했다. 나도 모르게 늘어 있는 이런 분야가 종이접기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종이접기는 확인하기도 쉽고, 확인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나는 이미 어른인데 나아진 게 뭐가 있나 싶은 사람에게 종이접기를 추천한다. 분명 자기효능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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