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막상 그렇게까지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캠프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잔뜩 부풀린 인생의 많은 이벤트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캠프 파이어 자체는 별 게 없다. 그냥 거대한 불 옆에 모여앉는 것이다. 가까이 가면 너무 뜨겁고 멀어지면 너무 춥다. 사실 캠프의 마지막 밤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닌가? 출발할 때보다 훨씬 가까워진 사람들과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밤에 논다면 뭘 해도 즐거울 것이다. 너무 고평가된 활동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우리가 캠프 파이어를 좋아할 이유가 있긴 하다.
일단 그렇게 큰 불을 의도적으로 내서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아궁이를 안 쓰는 도시 키즈들에겐 더 그렇다. 안전한 흙 바닥에 쌓아둔 나무에서만 불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불이 한없이 커지는 걸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큰 불은 금단의 상징이고 그런 나쁜 짓을 공인된 프로그램 안에서 한다는 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불을 빌미로 어른들이 우리의 진심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게 좋았다. 캠프파이어 하면, 엄마 생각에 눈물을 자아내는 감성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공식이다. 이상한 소리지만 나는 친구들의 우는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장난 뒤에 가려진 말랑한 진심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서 그랬다. 끝까지 안 우는 친구보단,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친구와 나는 더 친해지곤 했다.
그리고 그냥 단어 자체가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잘 플레이하지 않는 <마비노기>라는 게임은 한때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게임인데, 게임 안에서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다. 예쁜 모양의 키트가 있기도 하고, 나무장작만 있으면 캠프파이어 스킬을 사용해서 어디에서나 불을 지필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의 세계관 안에서 30분 정도마다 낮밤이 바뀌었는데, 밤에 캠프파이어를 피워놓고 길드원들이랑 수다를 떠는 게 그렇게 귀엽고 재밌었다. 심지어 캠프파이어 옆에 있으면 '푸드 셰어링'이라는 게 가능했는데, 가지고 있는 음식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음식의 효과도 둘 다 똑같이 얻는다. 푸드 셰어링이라니! 그런 컨텐츠가 있었으면 어릴 때의 캠프 파이어도 훨씬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마비노기는 가장 용량이 큰 채팅 프로그램이라고 비웃음을 살 만큼 수다를 떠는 게 중요한 컨텐츠인데, 이웨카(마비노기 안의 달) 아래에서 캠프파이어를 켜고 논 기억은, 게임을 한지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