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일기] 비 오는 날, 잡초가 말해준 마음의 뿌리

30대 직장인 텃밭 일기

by 아르페지오

비 오는 날이면 텃밭에 갈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대개 말한다. 굳이 갈 이유 없다고.

내리는 비에 물 줄 일도 없고,

비를 맞으며 일할 이유도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 텃밭 가는 걸 좋아한다.

잡초 뽑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엔,

땅이 말라버려 잡초 뽑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당기다 보면 잎만 뜯기고 뿌리는 그대로 남는다.

그렇게 남겨진 뿌리는 다시 싹을 틔우고,

며칠 지나면 더 억세진 잡초가 내 밭을 점령한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다르다.

수분을 머금은 땅은 잡초를 순순히 놓아준다.

잎을 살짝 잡아당기기만 해도

뿌리까지 쑥 빠져나온다.

마치 편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도, 밭이 정리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것도, 그와 닮았다.

고집이란, 어쩌면 말라붙은 땅과도 같은 것.

그 고집을 꺾으려 애쓰기보다,

촉촉한 말 한마디와 이해의 태도가

더 깊이 닿는 법이다.

단단한 뿌리도, 흙이 부드러우면 놓아준다.

사람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삶이란 결국, 얼마나 부드러운 흙이 되어줄 수 있는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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