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진 상추, 빳빳한 부추…농장에서 찾은 삶의 리듬

30대 직장인의 텃밭일기

by 아르페지오

호모사피엔스에게도 지구별의 지금 여름은 덥기만 합니다.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에어컨을 찾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차라리 비라도 와줬으면 좋으련만. 야속한 듯 비는 오지 않고 올듯 말듯 한 날씨만 이어집니다. 뉴스에서는 이상 기후를 보이는 장마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비는 오지 않는데 수증기를 한껏 머금은 야속한 여름의 날씨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호모사피엔스뿐일까요? 이 여름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 만에 찾은 농장, 상추들은 시들시들한 상태였습니다. 물을 듬뿍 주고 갔지만, 뙤약볕 아래 이마저도 소용없었습니다. 참 미안했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이 길었을 것만 같습니다. 축 처진 상추 이파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상추 대 밑쪽에 달린 이파리들은 축 처진 것을 넘어 갈색으로 변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잎을 딸 때도 '툭툭' 잘만 따집니다. 싱싱할 때만 해도 수분을 한껏 머금은 터라 따기가 어려웠는데 말이죠.

반면에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파와 부추는 제 계절을 만난 듯 잘만 자라고 있습니다. 줄기가 빳빳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면, 한창 자기의 힘으로 이 세계와 맞짱을 뜨는 듯한 20대의 계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마냥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가지와 토마토, 고추는 그런 시기를 넘어 수확의 계절에 들어섰습니다. 청양고추도 키울 때는 참 힘들었는데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더니 잘만 자랍니다. 토마토와 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호박과 오이도 비슷한 계절로 향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제 계절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의 어둠을 낙심할 필요도 없고, 지금의 빛을 자기의 힘으로 온 것처럼 자랑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의지와 노력은 중요하나, 빛과 토양, 물의 에너지가 합쳐져서 제 계절을 만났을 테니까요. 우리 모두 지금 어느 계절에 서 있을까요? 본인의 계절을 한창 어디쯤 있는지 반추하고 돌이켜 보는 지혜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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