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텃밭일기
오이랑 호박이 자라는 속도는 어마 무시하다. 일주일마다 찾는 주말농장에서 단연 눈에 띈다. 갈 때마다 놀란다. 대를 설치하지 않으면 줄기가 옆 텃밭을 침범하려 거 뻗는가 하면, 옆 작물을 감싸고 올라가기까지 한다. 토마토나 가지는 옆 작물을 넘보진 않는데 말이다. 오이 옆 고추를 키웠더니, 오이의 넝쿨이 고추를 감싸기 시작했다. 부추가 있는 곳까지 침범하더니 부추를 감싸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다이소에서 대를 사서 설치해 주면 또 그대로 쭉 따라 올라가며 잘 자란다. 하지만 일주일, 이 주일이 지나면 그 대도 소용이 없다. 더 큰 대를 또 사 와야 한다. 그렇게 갈고, 또 갈고 하는데. 갈기 전에 넝쿨은 또 다른 포식자를 사냥하듯이 옆 텃밭을 침범하거나 옆 작물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아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다.
대 이야기를 꺼내서 말인데 요즘 드는 생각이, 교육이다. 어릴 때는 참 ‘노력으로 모든 걸 해낼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덤벼들었는데. 요즘은 교육 프로그램을 아내와 보고 있으면 ‘결국엔 지능이고, 물려받은 유전자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한다. 물론 의지와 노력은 중요하다. 극한의 노력을 이뤄본 사람에게 그런 노력의 힘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양분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지능과 유전자의 힘은 점점 실감하고 있다. 선생님인 내 아내조차도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결국엔 유전자와 지능이 공부와 학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를 설치해 잘 자란 오이는 잘 컸다고 할 수 있을까. 줄기가 대에 묶일 수 있게 찍찍이 끈으로 묶어 놓는데, 그 끈을 푼다면 하루아침에 줄기는 고꾸라질 것이다. 위로 성장하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땅과 접지한 줄기부터 탄탄하게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옆으로만 자라나 결국 햇빛을 보지 못할 것이고, 벌은 덜 찾아오고, 결국에 많은 열매가 자라나기 힘들어질 것이다. 대를 설치하자니 과연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까란 생각이, 한편으로는 대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열매와 과실을 갖지 못할 것이란 안타까움이 내 마음속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아내가 임신한 터라, 자식의 교육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고민이 크다. 마냥 노오력을 강조하기에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뭔지를 발굴해 주는 게 중요할 테인데. 사실 국민교육이란 게 나온 이유도 모두가 재능을 발굴할 수 없는 여건에서 최적의 효율적인 방법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중에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어중간하면 공부나 해. 사실 공부도 재능이고, 의자에 앉는 것도 재능이고, 요즘 들어 생각하는 인내도 재능 갖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재능을 찾아주기엔 또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사실 재벌 집 아들과 딸이 아닌 이상 그렇게 큰돈을 들이긴 쉽지 않고. 스포츠를 시키는 것도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집 자제나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평범한 우리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대를 설치해 주되, 밑 줄기가 튼튼한 아이로 키우는 게 답일 터인데. 그게 사실 말이 쉽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 책을 읽고 지식과 견문을 쌓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읽는 것도 호모사피엔스의 뇌 과정에서 진화된 부분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부모가 어릴 때 문화적 자본이란 이름으로 많이 읽어주는 게 필요하다. 답도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늘 넝쿨처럼 꼬여 섞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