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텃밭 일기
텃밭을 보는 순간, 절망적이었다.
폭염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일주일 만에 찾은 텃밭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풀이 죽은 상추 잎들. 색은 노란색을 넘어 갈색으로 변해,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모습이었다.
상추만 그랬을까. 가지와 토마토 잎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흙은 금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결국 나는 내 손으로 상추대를 모두 뽑았다.
3월에 심어 벌써 다섯 달째. 오래 살았다고 해야 할까. 상추대가 많이 올라와 거의 끝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뽑으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상추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라, 한바탕 물을 퍼부어 심폐소생술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지도 없을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상추대를 모두 뽑고 나서야, 지난주에 심어둔 가을상추 12포기에 듬뿍 물을 줬다. 직장인이라 자주 오지 못하다 보니, 한 번 올 때마다 물을 넉넉히 줄 수밖에 없다.
수분을 많이 먹는 오이 잎도 색이 바래 있었다. 그중 상태가 좋지 않은 잎은 바로 제거했다. 오이 줄기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대에 덩굴을 단단히 걸어주었다. 새끼 오이 3개가 무사히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가지도 살펴봤다. 벌레가 많이 파먹은 잎들을 제거해 주고, 무사히 자란 가지 두 개를 땄다. 토마토도 빨갛게 익은 열매 두 개를 수확했고, 곁순도 제거했다.
물을 줄 때는 텃밭 전체에 고루 듬뿍 준다.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오기 때문에 한 번에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텃밭 양쪽 끝에는 물 호수가 있어 수월하다. 조리개로 물을 주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호수에 손가락을 대고 물을 넓게 흩뿌리는 방식으로 준다. 텃밭과 텃밭 사이 고랑에 물이 흘러내릴 만큼 듬뿍 뿌려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밭에만 물을 주면 되는 걸까?
양쪽 텃밭도 폭염 피해를 받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내 밭에만 물을 준다고 해서, 내가 기른 작물들만 그 물을 쭉쭉 흡수할 수 있을까? 어차피 땅은 다 연결돼 있고, 목마른 작물이라면 뿌리 뻗는 대로 물을 빨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그냥 내 밭만 챙겨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체 텃밭이 수분기를 머금고 있는 게 오히려 각 작물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양옆 텃밭, 위쪽 텃밭까지 돌아다니며 물을 듬뿍 뿌렸다.
그게 내 텃밭에도, 그들의 텃밭에도 좋은 일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