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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n 20. 2018

인도의 작은 티베트, 맥그로드 간즈

수수한 웅장함

"안녕하세요!"


하... 또 아니네. 한국 사람인 줄 알고 반가움에 인사를 하면 티베트인이다. 티베트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생김새가 닮았다고 하길래, 해봐야 조금 비슷한 정도겠지 했는데 그냥 똑같다. 우리 옆집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네.


히말라야의 품 속에 안긴 작은 산골 마을 맥그로드 간즈. 중국의 티베트 침공 당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의 터전이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프리 티베트를 외치며, 그들의 문화를 잘 보존한 채, 이곳 맥그로드 간즈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절의 마니차


맥그로드 간즈는 산비탈을 따라 지어진 집들과 숲, 그리고 설산이 어우러져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준다.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더라도, 들리는 새소리에 거리를 걸으며 아침을 시작한다.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던 모습이었는데. 자욱하게 낀 안개는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날씨도 하나도 덥지 않다. 오히려 쌀쌀한 것이 딱 좋네. 심지어 호객꾼 들도 거의 없는 정도다. 뭐야 여기? 왜 이렇게 좋아? 이 정도면 한 달도 있을 수 있겠다. 지금까지의 인도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살짝 들뜬 마음으로 맥간과 마주했다.  


여행자로 가득한 맥간의 거리


맥간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다른 곳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역시 티베트 인들이 뭘 좀 아네. 돼지고기를 먹고살아야 사람이 힘이 나지. 거리의 티베트인들이 왜인지 튼튼해 보인다. 트립 어드바이저 1위에 올라있는 식당에 가 shatag(?)이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트립어드바이저를 잘 믿지는 않지만, 후기가 상당히 좋아 속는 셈 치고 간 식당의 돼지고기는 강렬했다. 간장에 볶은 제육볶음 맛이었는데, 불 맛이 확 느껴지는 것이 완벽한 단짠의 조합이다. 이거 너무 맛있네? 인도에서 이런 음식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참 사소한 이유들에 인도가 좋아진다. 이럼 안되는데. 아직 인도를 욕할 이유들이 많은데.


트립어드바이저 1위 common ground의 샤탁?


해가 가장 뜨거운 한낮의 시간. 시원한 바람에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앉은 카페의 뻥 뚫린 뒷산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니 뒷산에 눈이 저렇게 쌓여있어도 되는 건가? 내 기준 속의 뒷산은 상당히 초라해졌다. 이런 뷰를 가진 카페라니. 믹스커피를 타다 줘도 고급지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카페에서 아메라카노와 카페모카를 드시는 스님 두 분이 계셨다. 히말라야 설산에 계시는 부처를 모시는 스님들이라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진다. 진짜 별 생각을 다 한다.


맥간 카페의 흔한 뷰


비가 내린다. 생각해보니 인도에서 처음 보는 비인 듯하다. 빗소리에 기분이 묘하다. 숙소로 돌아가려면 비를 맞아야 한다. 근데 뭐 어때, 여기에선 비를 맞는 것조차 상쾌할 것 같다. 기분 좋은 비는 그대로 옷에 스며들었다. 아마 기분이 좋은 내가 마침 기분 좋은 비를 맞은 거겠지. 거리에서 마주한 티베트인들과 스님들 , 그리고 인도인들의 미소가 순박하다. 순박하면서 깊다. 그렇게 쳐다보면서 웃으면 나도 같이 웃을 수밖에 없잖아 이 양반들아. 그동안 거리의 인도인들은 다 사기꾼일 거라며 눈길도 주지 않은 내가 어쩌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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