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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Aug 11. 2018

도로위의 껌딱지, 뉴델리

달려라 릭샤

걱정했던 뉴델리의 첫인상은 깔끔했다. 놀랍도록 깔끔한 신식의 지하철은 나를 빠하르간즈까지 무탈하고 시원하게 이동시켜주었다. 사기꾼과 호객꾼이 득실 거린다는 뉴델리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즈는 조용했다. 뭐지? 내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 들었나? 사기꾼에게 복식호흡으로 호통 치는 여행자가 마날리에서 뉴델리로 넘어간다는 뉴스라도 실렸나? 생각보다 조용하다고 느낀 그 거리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긴장 상태로 여행을 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빠하르간즈는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식당이 여러 개다. 그중 와우 카페라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메뉴를 보고 가격을 보고 다시 메뉴를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신라면 밖에 없었다. 그래 신라면이 어디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인데 한국인의 소울푸드 인스턴트 라면이지 역시. 비록 신라면이 없어 너구리를 먹었지만 오랜만에 먹은 라면은 감동적인 맛이었다. 라면도 먹었겠다. 숙소로 돌아가서 시원하게 낮잠이나 자야겠다. 무려 라면을 먹었는데 그 정도 기분은 내도 되겠다 싶었다. 


사실 델리는 굳이 오고 싶지 않았지만, 마날리에서 바라나시로 가기 위해 델리를 들려야만 했다. 바라나시행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사설 여행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케이 니 자리는 혼자 누워서 가는 슬리핑 좌석이고, 버스를 타는 곳은 여기서 거리가 좀 있으니 나중에 내가 릭샤를 불러줄게."


바라나시로 가는 야간 버스를 예약했다. 대게 인도의 사설 버스라 하면 버스를 타는 곳이 터미널처럼 딱 정해져 있지 않고 도로 한복판에서 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고, 나는 버스 시간 1시간 전에 여행사로 찾아가기로 했다. 


"150루피."

"무슨 소리야 그 정도 거리 아닌데 150루피는 말도 안 돼."

"응? 너 혼자 버스 타러 찾아갈 수 있어? 그리고 지금은 밤이잖아"


저녁 8시가 늦은 밤이라 릭샤 비가 비싸다고 하는 이 아저씨 배를 한대 차주고 싶다. 짜증을 삼키고 비실거리는 릭샤꾼이 모는 오토릭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40분. 이 정도면 여유 있겠다 싶었는데 망할 인도의 도로와 그들의 정신상태를 간과했다. 조금의 틈이라도 있으면 들이밀고 보는 버스, 릭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심지어 소까지 그들이 한 곳에 뭉쳐 도로 위의 거대한 껌이 되었다. 도저히 앞으로 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저기 나 버스 시간까지 15분 남았는데 어떻게 안 되겠니?"

"노 프라브럼"


뭐가 노 프라브럼이냐 이 자식아라고 소리 질렀다. 물론 한국어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시간에 버스를 놓치면 날아가는 버스비는 물론이고 다시 릭샤를 타고 델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알맞게 흥정할 자신이 없었다. 9시가 넘었다. 시간을 10분이나 넘기고서야 버스 타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속으로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부서진 멘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 버스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래 역시 뭐든 제시간에 하는 법이 없는 인도친구들이 정각에 버스를 출발시킬 리가 없지. 역시 내 친구들.


"이봐 친구 내 운전 덕에 버스에 맞게 왔으니 100루피 더 줘."

"응 너 알아서 해~"


버스가 늦게 출발한 것을 본인이 빨리 왔다고 생각하는 릭샤꾼의 논리에 또 한 번 감탄하며 냅다 버스로 질러버렸다. 바라나시로 가는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며 내 좌석 커튼을 걷었다. 아니 아저씨가 거기 왜 누워 있어요. 내 자리는 혼자 누워 가는 자리가 아닌 인도인 아저씨와 부둥켜안아야 둘이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더블 좌석이었다. 역시 인도인한테 이기려면 인도인이 되어야 할 듯하다.


*여행 중 휴대폰을 도난당해 사진이 다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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