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경험에서 '속도'에 대한 이야기

by 조이영

우리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이다. 매달 7,890원을 낸다.

없는 것이 없고, 오늘 아침에 주문하면 오늘 저녁에 받을 수 있는 배달 속도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정확하고 예측가능하게.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안 쓸 수 없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쿠팡 멤버십은 25년도 기준 1600만 명, 인구의 30%에 달하는 규모라고 한다.

비영리섹터에 적절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빠른 속도가 당연한',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다.



후원자의 속도를 체감하게 된 계기

한 15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후원자의 속도'를 실감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후원자들이 올린 블로그 글들을 찾아보다가 눈길을 잡는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막 해외아동후원을 신청한 젊은 여성 후원자가 올린 글이었다.

'해외아동후원을 신청했고, 모잠비크 아동이 연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기뻤다. 모잠비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모잠비크 나라에 대해서 검색해 보고 날씨도 알아보고, 가는 방법도 찾아봤다. 언젠가 모잠비크도 가봐야겠다. 빨리 아동정보를 받았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후원자가 후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의 속도'가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후원자 관점'을 놓치고 일하고 있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 당시만 해도 첫 안내자료는 후원자가 받기까지 2주 정도가 걸렸고, 아동의 첫 편지는 3개월쯤 걸렸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우리의 속도대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원자는 그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었다.

이 간극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우리의 속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후원자의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첫 자료 발송시기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후원신청 후 48시간 이내 발송'

후원자의 마음이 가장 따뜻하게 타올랐을 때, 그 온도에 맞춰 반응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액후원자들의 이야기

고액후원자들을 만나면서도 '속도'에 대한 배움을 얻었다.

"제가 후원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몇 개 단체를 알아봤어요. A 단체는 전화 주겠다고 하더니,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의외로 자주 듣는다.

나는 그 기관의 내부 사정을 너무 잘 안다. 고액후원자들의 요청은 대부분 바로 응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담당자 단독으로 결정이 어렵고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많다. 사업부서와 논의하고 사업제안서를 쓰다 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후원자들은 그 내부 속사정을 모른다.

이때에도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었다. '언제 연락드릴 것인지 정확하게 다음 과정을 안내하자'

일단, 다음 과정에 대해 알고 있다면 '연락이 없어요.'라는 신뢰가 깨지는 피드백은 듣지 않을 것이다.



속도는 관계의 타이밍!!!

속도는 '관계의 타이밍'을 맞춘다는 뜻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신뢰가 깨지기도 하고, 적시에 반응했을 때에는 관계가 단단해지기도 한다

결국 속도는 '신뢰의 언어'다.



후원자의 속도에 맞춘다는 것

'후원자의 속도에 맞춘다.'는건 단순히 빨리 해야 한다는 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후원자 관점'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후원자의 '후원의 순간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후원자가 마음이 움직인 그 순간, 우리는 어떻게 그 마음을 공감하고 반응할 수 있을까?

-후원자가 궁금해하는 그 타이밍에, 우리는 어떻게 궁금해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후원자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기대하면서 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후원자 관점'이라는 것은 이런 고민들에서 출발해서 우리의 프로세스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마인드와 태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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