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 노크

생각을 노크하다

<생각 노크>를 시작하며

by 집우주


문득, 무엇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무엇은 말 그대로 무엇일 뿐, 그게 무엇인지 또 무엇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내가 말한 무엇을 정의할 수 없지만, 글이란 어찌 됐든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기에 무엇은 형태적으로 어느 단어가 될 것이다. 결국 단어를 하나 써 놓고, 그 단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겠다는 말이다.

(그저 글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뭔가 대단한 다짐처럼 거창하게 시작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내가 쓰게 될 단어는 무엇이든 좋다. 나는,

..., 사랑, 평화, 죽음, 눈물, 오늘, 담배, 안경, 가을, 수박, 잠옷, ...에 대해 쓸 수도 있고~

..., 사각형, 북극, 커텐, 섬, 바코드, 급식, 편의점, 연금, 프사, 비혼, 디자인, ..., 같은 단어도 되겠고~

..., 사이시옷, 재생, 줄다리기, 오트쿠튀르, 물총새, 엽기, 고스돕, 99881234, 조삼모사, 캐즘, Y2K, ..., 등등도 조금 머리를 짜내어 찾아와 봤다.


단어는 무엇이든 오케이를 했기에, 이번 연재의 이름부터 지었다. <생각 노크>.

노트가 아니고, '노크'다. 생각을 노크하겠다는 뜻이다. 노크는 knock도 되고, nock도 된다.

knock는 소리가 최소한 두 번 나야 한다. '똑' 하나만으로 노크가 될 수 없다. 생각을 노크하겠다고 했으니 단어에 대해 두 번, 세 번은 생각해 보고 글을 쓰겠다는 의미다. 필요하다면 네 번까지는 하겠지만, 횟수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로 피곤해지니 다섯 번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똑똑똑똑똑'부터는 발음도 호흡도 어렵다.)

nock는 오늬다. 읭? 오늬가 뭔지 모른다면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사실 나도 활, 화살과 관련 있는 단어로만 알고 있고, 정확히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영어사전에는 '화살을 활시위에 걸다'는 뜻도 있는데, 나는 knock의 기원이 nock일 거라고 본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무엇을 향하는 행위라는 점이 둘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nock 역시 단어라는 목표물을 향해 내 생각을 쏴 보겠다는 의도 정도로 알아주면 좋겠다. ('생각을 쏘다'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돈이나 물건이 아닌 생각만으로 한턱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단어에 대해 내가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나의 생각을 '노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그만큼 '생각 노크'가 중요하냐면, 그건 아니다.


생각과 노크를 한다고 해서 내가 어느 단어에 대해 어떤 답을 찾게 된다거나 내 생각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은 대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잡아먹는데 그에 대한 보상을 원해서 하려는 게 아니다.

생각 노크는 그냥, 두드려 보는 것이다. 수박을 고를 때, 소리를 들어서 잘 익었는지 아닌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전문가는 알겠지만 나는 모른다는 말이다.) 맛이 있냐 없냐는 수박의 문제지, 나에게 손과 수박이 부딪혀 나는 소리는 맛과 인과는커녕 크게 상관도 없다. 그래도, 나는 수박을 살 때면 괜히 한번 두드려 본다. 요즘은 과일을 보지도 않고 배달을 시키고, 또 브릭스 수치가 정확하게 나와서 그냥들 사지만, 그래도 수박이 눈앞에 있으면 두드려 보는 사람이 나다. 괜히-한번-두드려 보는-그 맛, '생각 노크'를 소개하기에 딱 알맞겠다.


혹시라도, 내가 단어를 두드려 보고 내어 놓은 글에서, 아주 맛있게 잘 익은 수박을 시원하게 한입 베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물론 내가 맛있다고, 드셔 보라고 권하지는 않았으니 기대에 대한 실망과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한 책임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 살면서 맛있다고 두드리며 건넸던 수박 장수에게 속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닐 거라는 걸, 나도 지금껏 그런 일이 한두 번보다는 많기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일보다 감사한 일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남이 주는 것을 맛있게 먹고 웃어보이려고 하는데 여러분들도 나와 비슷한 사람인 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