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생각 노크>
<생각 노크>로 무엇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단어들을 나열해 보려 하기도 전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튀어나온 것은 '사랑'이었다.
나는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사랑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사랑에 대해 써야 했다.
이렇게 욕망과 의무가 하나가 될 때, 둘은 서로를 연료로 쓴다.
그래! 사랑에 대해 쓰자!
사랑이라는 그 두 글자만으로
손가락은 마구간을 뛰쳐나가기 직전의 말처럼,
또 심장은 터져버릴 듯 마구 날뛰었다.
한껏 달아오른 엔진 스타트!
부르르부릉~ 3, 2, 1, 출발!
그렇게-
부아아아앙~ 순식간에 rpm을 올려 제로백을 2초대로 끊는 스타트로,
바아아아앙~ 최고시속 500km에 맞먹는 한컴타자 500타의 속도로,
축지법으로 땅을 접듯 브라우저의 스크롤을 줄여 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30분째, 3일째, 3주가 지나도록 출발선 주변만 맴돌았다.
"근데, 사랑이 뭔데?"
"얌마, 사랑은 말야, ... ... ..."
문득 들려온 근본적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그랬다-
사랑에 대해 쓰려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랑에 대해 쓰려고 보니, 모양, 색깔, 온도, 맛, 촉감, 크기, 길이, 질량, 부피, 기간, 속도, 각도, 진동, 양, 힘, … 너무나도 제각각이라 다 담을 수 없었기에 나는 어느 사랑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랑에 대해 쓰려거든 연필로 썼어야 했는데, 그래야 쓰다가 틀려서 지우개로 지워도 눌린 자국이라도 남을 텐데, 맴돌며 흘려 보낸 시간까지 싹 삭제해 버리는 디지털 유니코드문자가 나는 얼마나 야속한지 모르겠다.
사랑을 정의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모르겠기에, 내가 찾은 방법은 '사랑의 시작'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어느 학자는 사랑이 '사량(思量)'에서 왔다고 했다. 또 불사르다의 '사르다'에서 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둘 다 확실하진 않단다. 사랑이 '살다'에서 왔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이 동네 해장국집의 원조가 어느 집인지 모르듯, 사랑의 시작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나만 모른 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또 그 시작도 모르지만, 사랑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지금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어제 거기에도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사랑'은 '하다'로 움직이고 움트고 있다.
애인을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한다.
친구를 사랑하고, 동료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꽃과 나무와 바람을 사랑하고, 개와 고양이와 비둘기를 사랑하고, 달과 별과 술과 너를 사랑한다.
음악과 영화와 시를 사랑하고, 부처와 예수와 알라를 사랑하고, 치킨과 오늘과 당신을 사랑하라.
알면 사랑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미워도 사랑해, 난 나를 사랑해.
사랑해요 아저씨, 밀키스, LG. 사랑합니다 여러분, 사랑해 주세요, … … …
(더 옮기는 일이 의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이 정도로 줄인다.)
겨우 '하다'가 붙은 것들만 찾아봤는데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데
과연 세상에 있는, 있었던 그 모든 사랑을 다 나열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대로 감히 셀 엄두조차 나지 않는 사랑의 수 앞에서,
나는 이 글에 그 모두를 다 담아낼 자신이 없었고, 그중 어느 하나를 골라낼 용기도 없었다.
결국 나는, 못 쓰겠다. 그러기로 했다.
**
다만, 이렇게 글을 마칠 수는 없기에, 그동안 사랑에 대해 생각했던 몇 가지를 적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 ‘사랑’은 사랑이다. 다른 단어로 정의하거나 대체하거나 설명하거나, 범주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위와 같은 맥락에서, 또 한국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love,愛,amor,liebe,любовь,tình yêu,عشق,ความรัก, ...’ 다른 외국어로 바꾸어 그 사랑을 오롯이 전달할 수 없다.
>> 그 어원과 관계가 없다지만, 사랑은 ‘살다’, ‘삶’, ‘사람’에서 움트고 움직인다.
>> 사랑은, 운동의 관점에서는 ‘작용-반작용’이고, 열의 관점에서는 ‘엔트로피’다.
>> 사랑은, 현상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처럼 보이지만, 원래 그 자체는 ‘셰어(share)’다.
>> (모든 생명이 생존에 있어 자신의 이익을 가장 우선한다고 전제한다면) 사랑은 함께할 때의 이익을 기쁘게 나누고, 그에 따르는 손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 사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