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스위스 바젤에서 #비둘기 에게 먹이주는 행위에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범죄에 대한 조례(Übertretungsstrafgesetz)에 해당 내용을 명시한 건데요. 그동안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은 있었으나 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다소 뜻밖이었습니다. 이는 주정부의 비둘기 관리 방침이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바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비둘기 개체 수를 관리해 온 도시입니다. 비둘기를 포획해 죽이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자 1988년과 1990년 두 차례 캠페인 ‘피죤 액션(Pigeon-Action)’을 집중 실행했는데요. 먹이 과잉 공급과 개체 수 증가 사이의 관계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면서 먹이주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한 한편, 9개 비둘기장을 만들어 비둘기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둘기장 주변에서만 먹이를 주도록 했고, 매년 약 1,200개 알이 부화되지 못하도록 가짜 알로 교체했지요. 그 결과, 50개월 만에 개체 수가 50% 감소했습니다. (13개 비둘기 무리 개체 수 조사 결과 약 1,400마리에서 708마리로 감소) 주정부는 이를 토대로 같은 기간 바젤 전체에서 1만 마리 정도가 줄었을 것이라 추정했고,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관리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많을 때에는 13개 비둘기장을 관리하며 2019년까지 약 5만 여 개의 알을 교체했다고 하죠.
하지만 더 이상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서일까요? 주정부는 유지관리 비용 대비 개체 수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며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모든 비둘기장을 폐쇄했습니다. 그리고 먹이주기를 제한하는 법적 조치를 통해 장기적으로 개체 수를 관리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세웠죠. 수십 년 간 유지되며 세계적인 우수 사례로 손꼽혔던 바젤의 비둘기 관리 프로그램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2022년 ‘바젤비둘기협회(Verein Stadttauben Basel)’를 결성해 비둘기장을 다시 열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2023년에는 ‘바젤비둘기이니셔티브(Tauben-Initiative Basel-Stadt)’를 결성, 주민발의제도를 통해 주정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비둘기 관리 계획 수립을 제안했습니다.
✔️아래 명시된 조치로 도시 비둘기 개체 수를 장기적으로 3천~4천 마리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50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서식하는 구역마다 최소 한 개의 비둘기장을 설치한다.
✔️비둘기장에서 비둘기에 적합한 먹이를 제공하고, 새로운 비둘기장을 설치하기 전까지 계획적으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비둘기장의 알을 가짜 알로 교체해 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한다. 비둘기를 죽이지 않는다.
✔️아프고 다친 비둘기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며 공식적인 보호소를 마련한다.
✔️비둘기를 비둘기장에 정착시키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비둘기장 외에서 먹이주기를 금지하는 법적 조치는 유지한다.
✔️전문 부서를 두어 주민들에게 적합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투명하게 소통한다.
이 발의는 관련 절차를 밟고 있고,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올해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 다음은 해외 사례5 #스위스바젤 2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