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위스 바젤에서는 비둘기를 어떻게 관리할까요? (2)

by 집우주
01표지.png

해외 사례5-2 #스위스 #바젤


스위스에서는 비둘기를 일반적으로 야생동물로 여기지만 연방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적 분류에 있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 가축화된 비둘기의 후손이 재야생화되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보니 ‘명백히 야생동물이라고 보기에는 모호하다’는 인식이 큰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비둘기에 대한 처우도 계속 논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둘기의 법적 지위를 분석한 스위스동물권리재단(Stiftung für das Tier im Recht, TIR)은 비둘기의 유전적 배경을 고려할 때 단순히 야생동물로 분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비둘기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야생동물의 특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죠. 인간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어 야생동물로 간주되지만, 그 ‘야생’ 또한 도시, 사람들의 영향 아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우리가 ‘문제’로 간주하는 비둘기의 왕성한 번식력이 인간이 개입한 -오랜 시간 비둘기를 가축으로 기르며 알을 자주, 많이 낳는 개체를 골라 번식시킨-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02법적지위.png


TIR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먹이주기를 전면 금지하는 바젤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조치로 먹이주기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말입니다. 오늘날 비둘기는 인간의 손에서 이미 ‘번식력이 뛰어난 동물’이 되었고, 먹이를 줄여 번식률을 감소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바젤에 비둘기장을 다시 열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둘기에게 적절한 먹이와 번식지를 제공하면 오히려 ‘인간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이 바로 비둘기의 배설물인데요. 비둘기장을 짓고 그 곳에서만 먹이를 주면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많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배설물도 그 주변에만 쌓이게 되죠. 그렇지 않았다면 도시 이곳저곳에 뿌려졌을 배설물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묽은 배설물이 늘어나 문제가 악화되기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먹이를 주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비둘기장의 알을 가짜 알로 바꿔서 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요.


03비둘기장.png


사람들은 무엇보다 개체 수 관리를 넘어 서식지 관리와 공존에 초점을 두는, 동물복지의 관점에서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단순한 먹이주기 금지 조치가 아니라 비둘기의 생태적 특성과 인간의 책임을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1980년대와 1990년대 관리 방식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주정부는 2021년 야생동물 관련 조례를 새롭게 제정한 후 관계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며, 비둘기 관리 계획을 그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수십년 간 비둘기 관리에 선도적인 도시로 평가 받던 바젤, 앞으로 비둘기와 인간이 바람직하게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04제안.png


https://www.instagram.com/coogoo_cit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트라팔가 광장에서는 비둘기를 어떻게 관리할까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