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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Dec 16. 2021

엄마인 내가 대신 맞고 싶다!

코로나 백신 말이야.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이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몸뿐이 아니라 마음이 아플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마음 아파할 일이 있으면, 내가 그 아픔을 대신 겪어주고 싶다. 차라리 내가 아프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이가 아픈 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아픔이다.  

같은 맥락으로, 코로나 백신 또한 엄마인 내가 대신 맞아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설사 부작용이 나더라도 그 부작용은 내가 감당하고, 효과만 아이에게 전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가 접종을 하기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2차까지 접종을 했지만 어린 두 아이는 시간을 두고,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보다는 안정성이 커진 후에 접종할 생각이었다. 이건 거의 꺾이지 않을, 결심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얼마 전 , 나는 그 결심이 무안할 만큼 짧은 고민 끝에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된 중1, 큰 아이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내년 2월부터 12세 이상 청소년에게도 백신 패스를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이 내려왔던 것보다는, 무섭게 늘어가는 확진자수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코로나 확진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더 커진 것이다.  확진자 중에서도, 가벼운 감기 정도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무증상인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그렇게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은 실로 공포스럽다. 


얼마 전, 둘째 아이 학교에서 확진자가 연쇄적으로 나와 전교생이 전수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하필 아이가 감기 몸살로 열이 나고 앓고 있던 터라 밤새 잠 못 이루며 마음을 졸였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 내지는 시한폭탄 같은 코로나 확진이라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저 많이 아프지 않기를 기도했다. 


"오빠, 오빠가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 지켜주기로 약속했지? 나 그 약속 믿을게."


하나님께, 그리고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기도했다.


일일 확진자수가 7천 명을 넘어가는 요즘, 수시로 핸드폰에 확진자 알람이 울린지는 오래, 이제는 아이들 학교에서 마저 수시로 확진자 발생 알람이 왔다. 코 앞까지 와서 자꾸만 얼굴을 들이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 된 것만 같았다. 


2020년 1월 이후로 우리는 최대한 외부 활동을 줄였고, 마음껏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있다. 외식 또한 거의 못하고 있으며, 아이들과 즐겨 찼던 극장이나 놀이공원도 못 간 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날이 더워 숨만 쉬어도 땀이 차는 뜨거운 여름 날조차  아이들은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생활해야 했다. 친구가 한창 좋을 나이, 친구들과 놀러 간다는 아이를 허락하지 못한 날도 많았다.  어디서 옮는 것에 대해 조심, 옮아와서 다른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조심, 조심 또 조심하라고 불필요한 잔소리를 해야 했던 날도 많았다. 


한 달 전, 전면 등교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 천지가 된 세상 속에, 아무 힘없는 아이들이 그냥 던져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집 밖으로 뛰쳐나가 전면 등교 반대를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 크게 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는 그저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등교 거부하고  집에 데리고 있고 싶었지만, 기약 없는 이 코로나 세상 속에서 무작정 등교거부를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등교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불안하고 걱정되었지만, 애써 그 불안과 걱정을 걷어내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조심 또 조심, 걱정 또 걱정하며 코로나와 눈치 싸움하는 이런 답답한 일상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으로 다가온다니 씁쓸하지만, 이 씁쓸함은  내 마음을 더 힘들게 할 뿐이기에 재빨리 지워내 본다. 


한 번 걱정되기 시작하면 없는 일도 만들어 미리 걱정하는 내 마음이 다행스럽게도 아이 백신 예약을 하고 난 후에는 온전히 그 결정에 따랐다. 더 이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씩씩하게 병원에 들어서는 나를 보며 아이도 안심했을 것이다. 

접종하기 위해 소매를 걷은 아이의 팔을 보다가, 내가 대신 저 주사를 맞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스쳤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쳐 나가기도 전, 그 빠른 찰나의 순간에 화이자 코로나 백신이 아이 몸속으로 들어갔다. 


"괜찮아?"

"응. 순식간에 끝났네."

"그러게 말이야."


백신 접종 후 아이는 별다른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고 무사하게 지나가고 있다. 


"엄마.. 2차가 더 아프다던데.. 괜찮겠지?"

"응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


3주 후 큰 아이가 2차 접종을 하고서도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가기를, 둘째 아이도 접종 순번이 와서 무사히 접종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바람이 바람을 타고, 시간을 타고 흘러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 사람들이 백신 부작용 없이 접종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리고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 세상이 더 이상 현실이 아닌,  한 때의 역사로 남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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