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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Dec 11. 2021

사춘기 아들 사용법(feat. 너 사용법 by 에디킴)

엄마도 사춘기 아들 엄마가 처음이란 말이야.

한가한 토요일 오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XX가 나한테 편지를 썼는데.. 모든 게 다 엄마인 내 탓이더라고. 너무 속상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에구. 그랬구나. 작년 우리 아들을 보는 것 같네. 그게 사춘기라 그런 것 같아.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저 호르몬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상처 받지 마. 나도 지나고 보니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어. 진심이 아닌 말을 막 내뱉더라고."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집 춘기남보다 한 살 어린 친구의 딸이 사춘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사춘기라는 시기는 사람마다 겪는 시기가 다르고, 겪는 모습이 다르지만 겪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춘기를 겪는 본인 스스로도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스러울 테지만, 그 소용돌이 속으로 어쩔 수 없이 함께 끌려들어 가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엄마 역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아이가 어릴 때 고집부리며 울고 떼쓰면 삼춘기라고 하지 않나. 삼춘기 때 아이는 그래도 꽤 단순했던 것 같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울고 떼쓰다가 원하는 대로 되면 울음을 그치곤 했으니까. 물론 그 울음을 그치게 하기까지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날이 무수히 많지만 말이다.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보기도 했고, 같이 울어보기도 했고, 결국에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포기해버리고 말기도 했으며, 오은영 박사님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알려준 훈육법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유독 떼를 많이 쓰는 것 같아 불안해질 때면, 우리 아이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내보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했던 날도 있다.


그렇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성장했다. 지난날에 했던 고민들이 지나고 나서 보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고민이었다. 당시에는 잠 못 이룰 만큼 큰 고민이었지만 말이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게 아이는 처음이라 아이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울고 떼쓰고 고집도 부려보고 했을 터이다. 엄마인 나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그 시행착오를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성장해 떼쓰는 일이나 우는 일이 없어졌다. 말이 제법 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안심을 하고 있던 그쯤, 아이는 사춘기에 발 담그기 시작했다. (역시 엄마로서의 삶은 바람 잘 날이 없나 보다..)

사춘기라는 이 시기는 내가 겪어내야 할 때도 힘든 시기였지만, 사춘기 아이의 엄마로서 겪는 시기는 더 어렵고 힘들었다.


잔소리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결국에는 사자후를 하고 말아야 했던 날들 속에서, 그래도 아들 특유의 느림보 박자로 엄마인 내 말을 듣기는 했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아이는 매사에 반항이었다. 잔소리가 없어도 반항을 담은 눈빛과 말투로 나를 자극했다. 그렇게 나를 자극할 때면, 나는 챙기지도 않았던 엄마로서의 귄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의 반항을 누르려고만 했다.


"어디서 엄마한테 버릇없이!! 말투가 그게 뭐야! "


당장은 반항을 눌러버린 것 같았지만, 그 반항은 내가 누르려한다고 눌러지는 것이 아니었음을 몇 년의 시간 동안 괴로움에 몸부림, 마음부림 치며 알게 되었다.

아이가 반항하고, 아이와 수없이 많이 싸우고 미워해야 했지만 그 반항과 싸움 덕분에 고민하고 엄마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 마음이 욕심으로 변질된 채 아이를 내 욕심과 기준에 맞춰 채찍질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이 마음이 욕심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덜어내는 건 어려웠다. 2년이 넘게 걸릴 만큼이었다.


남편과 사별 후, 함께 살아있는 것만으로 욕심낼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욕심을 비워내는 데에 망설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욕심을 비워내는 데에 망설임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매일 자라나는 욕심을 잘라내고 비워내느라 애를 쓰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아이가 반항하면 그것이 당황스럽지 않았다. 밉지도 않았다. 그 반항을 누르고 싶은 마음 또한 들지 않았다. 도리어 그 반항이 고맙게 느껴졌다. 아이의 반항 덕분에 욕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반항은 나에게 주는 반성의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한결같기가 힘들어서, 마음먹고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먹어 놓고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고 마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아이는 정신 차리라는 듯 반항의 눈빛을 쏴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잔소리쟁이, 욕심쟁이 엄마가 잔소리를 덜하니 아이도 변하고 있다. 호르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도 모르게 짜증 내는 순간이 많지만, 그래도 나름 그 사춘기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다잡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의 말에는 무조건 도끼눈 뜨고 반항으로 반응하던 아이가 재잘재잘 수다스럽게 본인의 일상이나 속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몸이 힘들어 괜히 짜증 나는 날이면 엄마인 내 탓을 할 때가 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처음에는 발끈했다.


"그게 왜 엄마 때문이야!"


아이가 힘들 때 그저 나에게 투정 부리는 것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에 알게 되었다. 이제는 그냥 엄마인 나는 아이를 낳는 순간 원죄를 갖게 되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한 차례 두드린다. 상처 받지 않고 그렇게 그냥 원죄려니 하고 흘려보내버리면 그만이다.


5학년인 둘째 녀석도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다.  마냥 귀엽기만 하던 우리 집 막냉이 둘째가 나의 한마디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어느 날이었다. 처음이었다면, 그 반항에 당황해서 아이를 크게 혼냈을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호르몬적으로 저도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반항을 꺾으려 한다고 꺾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기에 혼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고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내가 요즘 왜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되는지 모르겠어. 나 이상한가 봐."

"너 이상한 거 아니야. 사춘기에 접어들었나 봐. 사춘기 호르몬 때문에 너도 모르게 그렇게 짜증을 내게 되나 봐. 그래도 이렇게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는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봐."


큰 아이는 여전히 사춘기 진행 중, 둘째 역시 사춘기 시작 중인 요즘이다. 아이들도 이런 시기가 처음이기에 혼란스럽겠지만,  엄마인 나도 사춘기 아들 엄마로서가 처음이라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서로 상처 없이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춘기 아들 사용법 feat. 너 사용법 by 에디킴>


부드럽게 무드 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 주시오

매일 수시로 사용하시오

반항스러운 눈 마주칠 땐 미소 지어서

그를 웃게 Hey What's up sweety 말을 거시오


그날 아침엔 먼저 일어나서

Turning on "쇼미 더 머니. " 등 두드리며 바라봐.


너무 지칠 땐 맥주 한 캔 들고

그저 원죄려니.. 가슴을 두드리시오.


가끔 한 번씩 무작정 같이 떠나가시오

다른 하늘 다른 바람 숨 쉬게 해 줘

가끔 한 번씩 무작정 안아 주시오

운명처럼 나에게 온 그날처럼


잘 때는 나긋하게 조용하게 눈물 나게 말해 주시오

매일 한 번씩 너무 고마워. 태어나줘서 고마워.


<a href = "[MV] Eddy Kim(에디킴) _ The Manual(너 사용법) - YouTube" target="_blank>

링크에 "에디킴의 너 사용법" 들으며 함께 보세요! 사춘기 아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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