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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Dec 09. 2021

마음껏 후회하기

후회,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

자책하며 괴로웠다. 후회하고 아파했다. 살면서 늘 그랬던 건 아니지만, 자책하고 후회해야만 했던 적이 있다. 사람마다 각자 후회라는 감정이 드는 순간이 다르겠지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에 그런 순간이 많았다. 나 자신에 관한 일은,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순간에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결론 내리고 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엄마로서는 그렇지 않았다. 


잔소리하지 말 걸, 소리 지르지 말 걸, 더 참을 걸, 기다려줄 걸, 더 사랑해줄 걸, 짜증 내지 말 걸, 더 친절하게 대해줄 걸, 욕심내지 말 걸.. 한동안은 매일 두 아이가 잠들고 나면 눈물로 후회하고 반성해야만 했다. 


누군가 말했다. 후회는 과거의 나보다 한걸음 내디뎠기에 드는 감정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해되지는 않았다.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후회라는 감정이 마음에 문 두드릴 때면, 내가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은 미처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잘못한 것에 대한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타인으로부터 질책을 듣는 것이 나에게 힘든 일이기는 했지만,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후회하고 결국에 자책하게 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매일 후회하고 반성해서 내일부터는 달라지겠노라고 다짐해도, 달라지지 않는 내 모습이 미웠다.

그런데 요즘 문득, 누군가 했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회하고 자책하고 아파해야 했지만,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두세 걸음 내딛게 되지 않았을까. 지난 시절의 나보다는 조금은 나이진 방향으로 말이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그래서 달라지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내가 달라졌다. 여전히 더 내디뎌야 할 길이 아득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보다는 발전한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욕심이 줄었다. 내가 정한 기준에 들어오지 않아도 조바심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줄었다. 화내거나 소리 지르는 일도 줄었다. 줄어든 그것들 덕분에 아이와 눈 맞추고 웃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두 아이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도 늘었다. 


줄곧 이 방향으로 내딛는다면 좋겠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내딛거나, 후퇴하는 날도 분명 있을 거라는 걸 안다. 후회하고 자책해야만 하는 순간이 다시 오게 된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고 기꺼이 후회할 것이다. 후회하고 괴로워하고 아파하면서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 자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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