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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Feb 11. 2022

양말 우정

소중해

큰 아이가 벗어놓은 가방 앞에 양말이 놓여있었다. 우리 집 양말은 아니고, 새 양말도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누가 신던 양말을 갖고 왔어?”

“아, 이거 XX가 나 준거야. 내가 양말 부족하다고 했더니 자기 양말 갖다 줌.”

 

며칠 전, 살짝 구멍 난 양말을 보며 불평하는 아이에게 그 정도는 그냥 신으라고 했었는데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고 하더니, 양말도 나눠준 친구와 아들 녀석의 우정이 귀여워 한참을 빵 터져 웃었다. 

 

내가 아이만 할 무렵을 떠올려 봤다. 딱 내가 아이만 했을 때, 그러니까 마냥 어린애 같았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꽤 어른이 된 것 같이 느껴졌던 그때쯤 난 친구들과 어떤 우정을 나누고 있었을까. 친구가 양말이 부족하다 말하면 내 양말을 나눠줄 만큼의 우정은 나누고 있었을까?

 

친했던 친구와 수시로 쪽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부족해 교환 일기장을 만들어 주고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깊은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없었지만, 당시 나름의 고민이나 사소한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솔직한 마음을 다 털어놓고 지냈다 생각했지만, 미묘한 질투심이나 경쟁심이 들던 짧은 순간에는 그냥 그것을 감췄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면 친구가 상처받을까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당시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는 예민한 와중에도 친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중학교 소녀들은 꾸준히 우정을 나눴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더 단단해졌고, 그만큼 서로 나누는 마음의 깊이도 깊어졌다. 슬플 때 함께 울어주고, 기쁠 때 진심으로 함께 웃어주며 그렇게 말이다. 친구가 양말이 부족하다 하면, 당장 예쁜 걸 찾아 선물해 준다거나, 매우 아끼는 양말을 벗어달라고 하면 당장 벗어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중학교 시절 교환일기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이고,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사는 게 바빠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는 못하지만, 언제 만나도 매일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서로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얼마 전, 큰 아이와 양말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 엄마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두 아이가 나누는 우정이 예쁘고 귀엽다고. 이 우정을 나누며, 함께 세월을 보내고 같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서로 더 단단해지며, 힘든 세상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아직은 양말 우정만큼의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없는 둘째 아이도 조만간, 마음이 통하는 베스트 프렌드를 만나 마음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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