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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Feb 07. 2022

내 아이의 사춘기

적응했어, 적응하지 못했어,  적응했어, 아니 못했나 봐.

이제 큰 녀석의 사춘기 모드에 적응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모드는 대략 2주 간격으로 주기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생리주기에 따라 예민 모드일 때와 관대 모드일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춘기 호르몬에도 주기가 있나 봐."

"어. 그런 것 같아 엄마."


생뚱맞은 순간에 짜증을 낸다거나, 필요 이상의 과잉 반항을 할 때마다 서로에게 그 무서운 주기가 왔음을 통지한다.


"지금 주기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 위한, 아니 주고받는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만의 방법이다. 이 방법 덕분에 상처를 덜 받고는 있지만, 좀처럼 아이의 반항이 적응되지 않아 가슴이 터질 만큼 답답해지는 날도 있다. 혼자서 가슴을 두드려 보다가, 그래도 이 반항 모드가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가지 않는 것이 다행이지 않냐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본다. 그러고 나서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합리화한다. 큰 아이의 사춘기는 이렇게 적응한 것 같았다가, 그렇지 않았다가를 무한 반복하며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사춘기에 살짝 발 담그고 있던 둘째가 13세가 되더니 제대로 풍덩 빠져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막냉이 귀요미 둘째 아이의 사춘기는 그 시기가 다 끝날 때까지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귀엽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 귀요미가!'

 

큰 아이는 무기력함과 반항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면, 둘째 아이는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물론 반항은 기본 옵션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던지는 사소한 질문에 대한 답조차  언제나 한결같다.


"글쎄."


글쎄라는 말은 긍정의 답일까, 부정의 답일까. 정확한 의사를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모호한 아이의 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재차 질문을 던지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버린다.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려 노력하는데,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느끼는 걸까.  그렇게 답하는 이유를 물어도 한숨만 내쉴 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또 한 번 두드리고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와서 말했다.


"엄마 덕분에 맛있는 저녁 잘 먹었어."


조금 전까지 물어도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한숨만 쉬더니 갑자기 다정 모드였다. 애교도 많고 다정한 원래 아이의 모습이었다. 짧은 순간 나타난 아이의 온도차에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하."

"왜?"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그런데 진짜 사춘기 아이들은 여러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큰 아이의 반항에 혼자 속상해하고 있을 때면, 슬쩍 내 옆에 와서 눈을 찡긋하거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네던 둘째 아이의 사춘기는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가 건넨 따뜻한 위로가 나에게는 언제나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속상했던 마음이 바로 회복될 만큼.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가 반항하기 시작했을 , 사춘기가 시작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지금처럼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같다. 이유는 달랐지만.  나의 기준대로 양육하며 그것이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을 , 그래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해주던  아이가 반항하기 시작했을 ,  반항을 고집이라 여겼다. 고집을 꺾으려고 했다. 이제는 안다.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반항의 원인은 엄마나에게 있었음을.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았고 이제는 엄마인 나에게 맞춘 양육이 아닌, 아이에게 맞춘 양육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노력하는 만큼  아이의 사춘기 모드가 "on" 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둘째 아이의 차례가 되었나 보다. 이제는 둘째의 사춘기를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겪어나가야겠다. 아이가


"글쎄."


라는 대답을 하게 만든 이유가 나에게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다정한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의 사춘기, 반항은 나에게 주는 반성의 기회가 맞는 것 같다.




아이들 어릴 적 사진보다 운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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