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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Feb 03. 2022

명절 후유증

아이들도 겪는 중.

5일간의 설 연휴가 드디어 끝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명절 연휴가 길었던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루 종일 잠을 청했다거나, 자고 일어나면 당장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억지로 잠을 쫓아가며 밤늦도록 깨어 있었던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나는 직장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부터 알 수 없는 압박감 그리고 그것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자 느꼈던 무기력함으로 하루 종일 침대와 한 몸이었다. 복귀해야 하는 나의 일상이라고 해봤자 엄마로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 정도지만,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자유로움과 연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설렘을 만끽 중이었고, 5일 만에 그 달콤한 감정에 적응해 버렸기에 이렇게 별거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단잠을 깨고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두 아이 역시 나와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하필 둘째 아이는 연휴가 끝나는 날이 겨울 방학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아 꿈같던 연휴가, 방학이 끝나버렸어!! 이렇게 슬픈 일이. 이제 개학하니까 늦잠도 못 자잖아!"


사춘기 호르몬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함과 싸워야만 하는 큰 아이는 연휴 동안, 시간 내에 끝마쳐야 하는 나름의 일과가 없었기에 여유롭게 지냈다. 자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도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아, 진짜 좋았는데 내일부터는 이제 현실 복귀네.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적응이 안 된다. 나 오늘 최대한 늦게 잘게. 내일이 오는 게 싫어."


가야 할 학교나 학원도 없고, 숙제도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도 긴 연휴의 끝을 붙잡고 싶어 하던 중이었는데, 다시 주어진 일과들을 해내야만 하는 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밤 열두 시를 넘기고도 잘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도 자라는 잔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따라 해내야만 하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는 그 상황에 적응하려 노력할 필요 없이 저절로 적응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방학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휴가 동안에, 그리고 연휴 동안에는 일상을 벗어날 수 있었고, 벗어난 일상 속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에 단숨에 적응해버렸다. 원래부터 이런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일상은 살아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았다. 시간을 돌이켜 연휴 첫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저절로 한숨이 나오고 말았던 날이 많았다. 일상이라는 건 날마다 반복되는 일이라는데, 매일 반복되었던 일에 적응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걸 보면, 자유로움이나 여유로움이 가장 커다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밤늦게 겨우 잠든 두 아이가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을까 봐 걱정스러웠지만, 아침 8시부터 일어나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침대에 누워 한참을 멍하게 천정을 바라봐야 했지만,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투덜거려야 했지만 말이다. 나 역시,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엄마로서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것 같다. 본성이 끌리는 자유로움이나 여유로움과 멀어진 일상을 다시 이렇게 살아내는 걸 보니 말이다. 나름의 후유증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긴 연휴 끝, 일상으로의 복귀 그 첫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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