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작가 Mar 13. 2022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너와 나 우리의 시름을 녹여주는 비밀번호 #2521

오늘은, 첫 화부터 본방사수를 하면서 수시로 다시보기를 하고 있지만, 마지막화가 끝난 후 리뷰를 쓰려고 아껴두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침에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기분전환을 위한 급한 수다라 해두고 이 글을 시작하겠다. (리뷰아님주의) 전지적 정이 작가 시점으로 본 이 드라마에 대한 글은 아마 찬양에 가까운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관계자아님주의)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예고 영상을 봤을 때부터, '어머 저건 봐야 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배우 남주혁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주혁이 나온 드라마를 다 챙겨 봤었는데 남신 같은 비주얼은 물론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잘했고, 작품 선택하는 센스가 있는 건지 그가 나온 드라마는 다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잔잔한 느낌이 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최근에 남주혁의 지난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된 건데, 남주혁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작품들 위주로 선택을 한다고 했다. 편안하고 사람 사는 것 같아서,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은 것들이었다. 아픔이 있지만, 사랑이 있고 그래서 나름의 행복을 깨닫는 이야기들이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수수한 모습이지만 빛나는 미모,  추억을 상기시키는 디테일한 설정에 (풀하우스 만화책 어쩌면 좋아, 추억 돋아!) 감성을 자극하는 천재적인 연출(내가 봤을 때 이 드라마를 연출하시는 분들은 시청자가 뭉클해지거나 감동받거나 웃음이 터지는 정확한 지점을 아는 배운 분들이다.), 그리고 삶을 관통하면서도 따뜻함을 품은 대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무조건 봐야 해라는 생각으로 첫 화를 틀었을 때, 솔직히 이 만큼 재밌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매화가 끝날 때마다 나는 매회 레전드 갱신이라는 말을 내뱉고 만다.



1998년,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듯 불안하던 해,
스물둘과 열여덟이 만났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스물셋과 열아홉이 되었고, 둘은 의지했다.
스물넷과 스물이 되었고, 둘은 상처를 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됐을 때, 둘은 사랑했다.

이미지 출처 드라마 공식 포스터




9화까지 방영한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하려면 밤을 새우고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실제로 요즘 친구들이나 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80프로 이상을 차지하며,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수다가 이어지곤 한다.  총 16화 중에서 9화까지 끝난 지금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현재 스물셋과 열아홉으로 서로를 의지하는 지점에 있다. 9화 마지막에 주인공 백이진(남주혁)이 둘의 관계를 무지개라 정의 내린 나희도(김태리)에게 사랑이라 재정의하며 끝났다. 이제야 사랑이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시청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름을 불렀다는 스물둘과 열여덟 그때부터 서로에게 의지했고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음을.


1988 IMF 불안정하고 혼란한 시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시대로 인해 놓인 각자의 고난 속에서 주인공 백이진과 나희도가 만났다. 한동네에 살게   사람이   만남에서부터  번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만  과정이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스물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상황 속에서 무던하게 자신이   있는 일을 해나가는 백이진은 단단해 보였다. 단단하다고  , 스물둘 청춘이었다. 흔들리고 무너질 수도 있었을 순간마다 그보다  살이나 어린 나희도가 그를 잡아줬다. 엄마조차 포기하라는 꿈을 위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희도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희도의 '존재만으로' 이진에게는 일어설  있는 힘이 되고 있었다. 희도 역시 아픈 순간마다 이진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에 힘을 내서 꿈을 향해 나아갈  있었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장난스럽게 서로의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이었다. 중간에 둘이 곁에 함께하지 못했던 때가 있다. 그때 서로가 곁에 없었지만, 둘은 함께였다. 서로가 서로의 삐삐에 남긴 하나의 음성메시지에 의지하며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백이진과 나희도는 둘의 관계가 사랑이었음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을 때부터,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서로를 충만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OST 중에 '존재만으로'라는 노래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표현한 가사가 와닿는다.

https://tv.naver.com/v/25380992





이 드라마는
'청춘물'할 때 그 '청춘'.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남아있는 미화된 청춘,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그 ‘청춘’을 그릴 것이다.
살벌하게 불태웠다 휘발되는 이야기 말고,
천천히 적시다 뭉클하게 새겨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올해 나는 마흔둘이 되었다. 마흔을 넘으니 불현듯 내 나이가 실감 나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고, 그래서 늘 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청춘은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듯하다. 청춘 속에 살고 있을 때는 아팠고 지겨워서 빨리 시간이 흘러 안정되길 바랐던 순간이 분명 있었다. 그런 순간들조차 이제는 말대로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미화되어 남았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워하며 사는 요즘이다. 내 것일 때는 영원할 줄 알았기에 간절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청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만다.

바쁜 현실을 잠시 잊고 지난 나만의 청춘에 젖어 보면 어떨까.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그 청춘이 잘 그려지고 있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추억에 젖어 현재의 시름을 녹여주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시름을 녹여줄 비밀번호 #2521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