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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Nov 08. 2016

북촌 산책

<스토리펀딩> 2화

북촌 가는 길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와 현대그룹 계동사옥을 끼고 오르면 우측으로 나지막한 언덕이 나타난다. 이 언덕을 오르면 저 앞쪽 담장너머로 창덕궁 인정전을 중심으로 겹겹이 쌓여진 전각들이 고목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눈 앞에 펼쳐진다. 북촌8경 중 제1경이란다. 2008년 서울시에서 지정한 북촌 한옥마을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 중 첫 번째 풍광이다. 이 풍광을 흑백으로 그려봤다. 


북촌1경 흑백 드로잉

이 흑백의 드로잉 위에 4월의 분위기로 색연필을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컬러를 입혀 보았다.

북촌1경 4월 분위기의 컬러링


북촌은?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한옥 밀집지역으로 청계천과 종로의 위쪽 지역에 있다 하여 ‘북촌’으로 불리워졌다. 궁궐에 가까이 위치해 있고 남쪽으로 경사져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조선시대 권세있는 양반들의 대표적인 거주지가 되었다. 일제시대인 1930년대에는 도심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늘게 되었다. 그러자 양반들의 거주지였던 북촌의 대지들은 작은 규모로 분할되어 지금과 같이 벽을 맞댄 개량한옥이 집단적으로 생겨났고 이는 해방이후 196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다세대 주택 등으로 한옥이 멸실되고 북촌의 경관이 크게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2000년대 이후로 주민들은 서울시와 함께 북촌을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거주지로서의 매력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그 덕에 지금은 북촌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관광객들에게서도 대표적인 서울의 관광지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창덕궁 측면을 1경으로 시작하는 북촌8경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원서동 공방길 2경과 가회동 11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는 한옥 골목길 3경으로 이어진다. 발걸음을 재동 초등학교를 지나 북촌로로 접어들면 도로 좌우로 긴 한옥의 행렬이 드러난다. 북촌로에 접해있는 가회동 성당의 옥상에 오르면 한옥지붕이 드넓게 펼쳐진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가회동 성당 옥상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이다. 층층이 쌓여진 한옥의 지붕들 뒤쪽으로 북악산이 중심을 잡고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이곳이 서울의 중심부가 맞는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하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가회동 성당 옥상에서 바라본 북촌한옥마을 전경


이 흑백의 드로잉 위에 가을의 분위기를 넣어보았다. 물론 나무와 산의 색을 어떻게 칠하는가에 따라 계절이 바뀌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가을의 색상을 입힌 북촌한옥마을 전경


발걸음을 다시 북촌로를 따라 잠시 위쪽으로 올라가 왼쪽을 돌아보면 길가에 도열한 한옥들의 정경을 비교적 넓은 도로로 인해 넓은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북촌로에서 왼쪽의 가회동 언덕쪽을 바라본 모습의 흑백 드로잉이다. 


북촌로에서 바라본 흑백의 한옥풍경


이 흑백의 드로잉 위에 초여름의 느낌이 나도록 컬러링을 해 보았다. 가로변으로 줄지어있는 아담한 크기의 한옥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언덕을 끼고 한옥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곡선미를 자랑하는 소나무의 가로수와 더불어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낸다. 


초여름의 느낌으로 컬러링 한 북촌로 변 한옥풍경


발길은 이제 4경부터 8경이 모여 있는 언덕으로 향한다. 4경은 언덕길을 지정한 것인데 이 언덕에서는 눈 아래로 북촌의 한옥들이 겹겹이 쌓여진 넓은 풍광을 볼 수 있다. 가회동 성당 옥상에서 바라본 한옥지붕의 풍경을 건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5경과 6경은 하나의 골목길에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느냐 위에서 내려다보느냐에 따라 5경과 6경으로 구분된다. 이곳이 비교적 막힌 골목이 아니다 보니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다수의 외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골목길을 메우고 있었다. 차 한 대나 겨우 다닐만한 경사진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고즈넉한 한옥들이 겹겹이 중첩되어 강한 투시효과를 보이는 멋진 곳이다. 처마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회색빛 기와, 세월이 묻어나는 목구조가 만들어내는 한옥의 정겨운 모습에 모두들 인증샷을 찍느라 골목이 시끄럽다. 골목길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5경을 흑백으로 그려봤다. 몇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서 2개의 골목이 모퉁이 한옥에서 만나는 풍경을 그린 것이다. 왼쪽이 북촌5경의 골목이고 오른쪽은 뒤로 올라가는 골목이다. 


북촌5경 흑백 드로잉


이 흑백의 드로잉 위에 6월의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건물에 딸려 있는 나뭇잎을 푸르게 색칠해 봤다.


초여름의 북촌5경 컬러링


5경의 골목길을 올라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로 길게 뻗은 골목 끝으로 서울의 도심부가 겹쳐져 있다. 저 너머에 보이는 서울의 상징인 남산과 남산 타워는 이곳이 서울의 중심부라는 것을 알려 준다. 점점이 멀어져 가는 한옥 지붕들 사이로 바라보이는 남산타워의 모습은 이곳이 서울의 중심부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경관지 임을 알게 해 준다. 이 풍광이 바로 북촌6경이란다. 


북촌6경 흑백 드로잉


이 흑백의 드로잉 위에 가을 분위기가 약간 나도록 색연필로 컬러를 입혀봤다.


가을 분위기의 북촌6경


서울 중심부에서 우리의 전통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서울의 큰 매력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객들의 소음과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해 주민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 8경인 삼청로로 내려가는 돌계단으로 발길을 옮긴다. 8경인 이 돌계단은 커다란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서 만들어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물이어서 8경에 포함시킨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계단이 하나의 부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그저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평범한 계단으로밖에 인지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8경에 다다르면서 이때부터 우측에는 또 한 번의 놀라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삼청동의 한옥들을 비롯한 저층의 다양한 건축물들로 구성된 근경과, 북악산의 산줄기가 청와대를 거쳐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중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뒤로 도심을 향하여 물결쳐 내려가는 인왕산 줄기가 원경을 만들어 내면서 도심에서는 쉽사리 느껴볼 수 없는 스펙터클한 풍광을 연출한다. 마치 북촌8경 모두를 아우르는 마지막 씬을 관람자들에게 선사해 주는 느낌이다. 


가회동 언덕길에서 바라본 삼청동 전경


이 장소에 전망대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봐서 서울시에서는 이 멋진 파노라마를 북촌의 중요한 조망점으로 여겼던 것 같은데 어째서 북촌8경에 포함을 안 시켰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몸은 좀 고되었지만 한편의 멋진 영화를 감상한 뿌듯한 기분으로 발걸음은 다시 안국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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