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철 Jun 24. 2015

영평팔경 제1경 화적연

포천을 경유하는 한탄강은 곳곳마다 비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천의 영북면 자일리와 관인면 사정리 경계에 있는 화적연은 한탄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명승지 한탄팔경 중 제3경에 해당하는 비경이다. 한탄강이 굽이굽이 협곡을 만들면서 지나가는 한 귀퉁이로 강물이 휘돌아가면서 넓고 깊은 소(沼)가 형성되어 있는 가운데 소 안쪽으로 높이 13m의 커다란 바위가 불쑥 솟아 올라와 있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볏 짚단을 쌓아 올린 것 같은 형상이어서 '볏가리'라는 우리말을 한자로 '화적 禾積'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바위 앞쪽의 넓은 소(沼)를 합쳐 화적연(禾積淵)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내려온다. 어느날 한 늙은 농부가 3년 가뭄에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며 이 연못가에 앉아 한숨을 쉬면서 "이 많은 물을 두고서 곡식을 말려 죽여야 한다는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거니와 용도 3년을 두고 낮잠만 자는가 보다"라고 탄식하자 물이 왈칵 뒤집히며 용의 머리가 쑥 나오면서 꼬리를 치며 하늘로 올라가자 그 날 밤부터 비가 내려 풍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지방에 가뭄이 들면 화적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휘감아 돌아가는 푸른 강물과 넓은 백사장, 그리고 주변 산세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효시인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화적연’을 비롯하여 예부터 많은 선비와 화가들이 많이 찾았던 명승지로 손꼽힌다. 포천시 창수면과 관인면에 걸쳐 흐르는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명승지 8곳을 영평팔경이라 부르는데 그중 제1경이 바로 이 화적연이다. 넓은 백사장에서 휘돌아가는 한탄강 건너 우뚝 솟아있는 화적을 바라보며 겸재의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되살려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탄강이 만들어낸 절경 순담계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