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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궁예와 김일성의 한탄이 서려 있는 산정호수

포천시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산정호수는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래 포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아 오고 있다. 이 호수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에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주변에 명성산과 망무봉, 망봉산, 관음산, 사향산 등으로 에워싸여 ‘산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는 뜻의 산정호수(山井湖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이 호수의 뒷 배경이 되고 있는 명성산은 후 고구려를 건립한 궁예가 918년 왕위를 빼앗기고 왕건에게 쫒겨 이 산에 은거지를 만들어 생활하다가 피살되었던 산으로 유명하다. 한 때의 영화를 누리던 왕에서 반란군에게 쫒겨 숨어 지내는 처지가 된 궁예는 이 산에서 한 동안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한다. 그래서 이 산을 울음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명성산(鳴聲山, 923m)은 울음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호수 옆에 위치한 망무봉(446m)과 망봉산(384m)은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망보았던 곳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호수 근처에 있는 ‘파주골’은 본래 이름은 ‘패주골’인데 이는 궁예가 왕건에게 쫒겨 도망쳤던 골짜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등 산정호수 주변에는 궁예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포천시에서 최근 완공한 산정호수 둘레길의 이름을 ‘궁예의 눈물길’이라고 이름을 붙인데서 산정호수 주변은 지금도 여전히 궁예를 못잊어 하고 있다.

산정호수는 김일성과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6.25 이전에는 이 일대가 모두 북한 땅이었다. 김일성은 유고 대통령이었던 티토의 초청으로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본지 2014년 6월 29일자 컬럼 기고)에 위치한 티토의 별장에 머무른 적이 있다. 김일성은 알프스에 둘러싸인 호숫가에 지어진 티토의 별장에 감동하여 블레드 호수와 비슷한 풍광을 지닌 산정호수에 자신의 별장을 건립하였다. 현재의 별장터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뒤쪽의 명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김일성은 이러한 풍광이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산정호수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는 자신의 야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로 여겼다. 그 이유는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좌우로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별장터가 한반도의 최남단 부산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그는 자신의 별장건설이 부산까지 점령하려던 그의 야망의 실현을 상징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적화통일을 위한 작전구상 차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을 자주 찾았다 한다.

산정호수는 수려한 풍광과 함께 곳곳마다 역사의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길이 600m에 달하는 수상길을 포함한 약 4km의 둘레길이 완성되면서 매년 10월에 펼쳐지는 명성산 억새꽃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와 어우러져 연중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산정호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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