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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세기의 건축물 베드로 성당

바티칸 시티의 상징

로마 바티칸 시티의 상징인 베드로 성당. 많은 건물들 뒤쪽으로 베드로 성당의 높은 돔은 로마시의 먼발치에서도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좁은 골목길을 통과해서 베드로 성당의 광장에 다다르면 타원형의 열주 광장 뒤쪽으로 우뚝 서 있는 베드로 성당의 정면을 마주하게 된다.


성당의 건립 배경

이 성당은 원래 4세기 콘스탄틴 황제가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혀 순교한 베드로를 기념하기 위해 바질리카(로마시대 넓은 실내 공회당)식으로 건립한 것이 최초의 모습이다. 16세기에 들어서면서 로마교황청에서는 갈등관계에 있던 신교에 대하여 구교(캐톨릭)의 위상을 공고히 하자는 뜻에 따라 세기적인 프로젝트를 감행하게 된다. 구 베드로 성당을 철거하고 그 위치에 신교에서는 엄두도 못 낼 구교의 위엄을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크기와 높이의 건물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평면형식에 대한 갈등

지상 최대의 성당을 지어야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었으나 가장 이상적인 교회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건축가와 교황청 사이에는 큰 이견이 있었다. 건축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교회당의 평면은 하나님의 전이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중심이 강조되는 평면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브라만테(1444~1514)를 비롯한 여러 건축가들은 중심이 강조되는 형태의 십자형 평면(희랍 십자형, ╋)을 주장하였다. 반면 교황청에서는 중앙 집중적인 평면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이교도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면서 전통적인 십자가 평면은 방향이 강조되는 길다란 십자형(라틴 십자형,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처음에 희랍 십자형으로 평면이 결정되어 건축을 하다가 교황이 바뀌면서 짓던 건물을 부수고 다시 라틴 십자형으로 설계 변경하였다. 그러다 또 교황이 바뀌면서 원래의 희랍 십자형으로 복귀하고 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했다. 여러 명의 당대 최고 건축가들과 교황들을 거쳤던 이 성당은 최종적으로 미켈란젤로(1474~1564)에 의해 희랍 십자형 평면으로 돔과 건물이 완성된다. 그러나 희랍 십자형으로 완성되었던 성당은 다시 바로크 시대 마데르나(1543~1607)라는 건축가에 의해 중앙 통로가 더 확장되면서 결국 방향이 강조되는 라틴 십자형의 평면이 되고 말았다. 라틴 십자형의 평면이 필요했다기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내부공간이 필요했기에 중앙 통로 부분을 더 확장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더 크게 더 크게

게다가 그 크기도 모자라 건물 앞쪽으로 내부공간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타원형의 열주 회랑(기둥을 길게 열을 지어 세워서 기둥사이로 보행할 수 있도록 만든 보행통로)이 증축되었다. 이 타원형의 광장은 성당 안쪽에 중앙 제대를 덮고 있는 닫집과 교황 의자를 디자인한 베르니니(1589~1680)의 손길에 의해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 건물은 1506년에 시작하여 1626년에 마칠 때까지 120년 이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광장 중앙에는 칼리귤라(AD 12~41) 황제가 자신이 만든 원형경기장에 세워두고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이 성당은 전면의 높이가 46m, 중앙 통로의 길이 186m, 돔 꼭대기까지 높이가 137m, 열주로 둘러싸여진 광장의 길이까지 합치면 전체가 490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성당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결국 종교개혁의 빌미를

크기도 세기적인데다가 건물을 중간에 허물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니 엄청난 건축비가 소요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다 보니 건축비가 쉽게 동이 나게 되고 부족한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교황청은 면죄부를 발행하게 된다. 면죄부란 재물을 봉헌한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모두 사해 줌으로써 사후에 중간 과정인 연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증표라는 것이다. 결국 이 성당은 건립에 필요한 공사비 때문에 발행했던 면죄부로 인하여 루터의 종교 개혁이 촉발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건물이 되고 말았다.

유럽 건축의 역사를 한 몸에

건물의 엄청난 스케일 앞에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지는 베드로 성당은  역사의 영욕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유럽 역사 그 자체이다. 또한 신교 구교 할 것 없이 가장 손꼽히는 기독교의 성지일 뿐 아니라 건물 내외부에 걸쳐 최고의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전 세계인의 발걸음을 로마로 향하게 하는 세기적인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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