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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문화가 살아 숨쉬는 나보나 광장

로마에는 크고 작은 많은 광장들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큰 신전이나 공공건축물 앞쪽에는 ‘포럼(forum)’이라 불리우는 광장이 항상 붙어 다닌다. 수많은 신전과 주요 공공건축물이 많았던 바 로마시대 로마에는 수많은 포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전통이 현대에도 이어져 내려오면서 기독교화 된 로마에 고대 로마시대에 있던 신전을 대신하여 주로 교회가 주 건물이 되면서 그 앞에는 크고 작은 광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광장을 손꼽자면 종교적 색채를 띤 대규모의 광장이 성 베드로 광장이고 많은 거리의 화가와 공연예술가들의 무대가 되고 있는 대표적 문화광장이 나보나 광장이다. 나보나 광장은 고대 로마시대에 전차경기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라 좁고 길게 뻗은 형태로 되어 있다. 경기장의 관중석 계단이 있던 그 자리에 오늘날 광장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건물들이 세워진 셈이다. 이 광장에는 3개의 바로크 양식의 분수가 있는데 넵튠 분수, 모로 분수, 피우미 분수(Fontana Dei Fiumi)가 주변 건물들이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광장 남쪽의 모로 분수는 돌고래와 싸우는 이디오피아인의 모습을, 북쪽의 넵튠 분수는 넵튠이 문어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중앙에 있는 피우미 분수는 앞서 소개를 했던 성 베드로 성당 앞의 열주 광장을 디자인한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이집트에서 탈취해 온 높은 오벨리스크를 중앙에 두고 있는 이 분수에 조각되어 있는 4명의 거인은 지구의 4대강 즉, 갠지스 강, 나일 강, 도나우 강, 라플라타 강을 나타낸다.

이 분수의 앞에는 이 광장의 주 건물인 성 아그네스 교회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성당의 주인공인 성 아그네스는 AD 304년에 13세의 어린 나이에 기독교를 포기하고 이교도인과 결혼하라는 명을 받았는데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옷이 모두 벗겨진 채 경기장 밖으로 내던져졌는데 갑자기 그녀의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알몸을 가려 주고 순교했다고 한다. 이런 기적이 일어난 자리에 중세 시대에 성당이 세워졌다가 나중에 파괴되었다. 그 파괴된 잔해 위에 현재의 모습의 교회당이 세워졌다. 이 교회당은 바로크 시대에 베르니니와 당대의 최고의 건축가 경합을 벌였던 보로미니가 설계를 하였다. 그 모습은 전면이 구불구불한 곡선을 특징으로 하는 바로크 건축물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건물 앞에 위치한 베르니니가 디자인한 피우미 분수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대의 최고의 예술가임을 자청했던 베르니니는 자신의 라이벌인 보로미니가 이 교회를 건립하게 되자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피우미 분수에 담아 놓았다. 자신이 디자인한 4대강 분수 중 교회당 쪽으로는 물이 나오지 않게 한 것이다. 그리고 각 강을 지키는 거인들 중 교회당 앞쪽으로 놓여 있는 라플라타 강을 지키는 거인의 형상을 보면 교회당 위쪽을 바라보며 놀라서 한 손으로 허공을 떠받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거인은 베르니니 자신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는 허접한 보로미니가 교회를 설계했으니 건물이 온전히 서 있지 못하고 곧 무너질 터이니 그렇게 되면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자신이 무너지는 건물을 떠받쳐서 대중을 구하겠노라고 희화화했다고 한다. 베르니니의 보로미니에 대한 질투심이 잘 드러난 모습이라 하겠다. 아그네스 교회당을 비롯한 주변의 건물들과 분수, 그리고 주변의 많은 노천 카페로 둘러싸인 광장은 수많은 거리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작품판매와 초상화 그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엄숙함과는 대조적이다. 중간 중간 넓은 공간에서는 다양한 거리 공연도 끊임없이 이어져 로마의 대표적 문화광장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비어있는 빈 공간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지 나보나 광장에서 그 귀한 교훈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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