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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오드리 햅번이 그리워지는 스페인광장

로마는 광장의 도시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크고 작은 광장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자동차 위주의 도시계획에서는 볼 수 없는 거리의 구성이다. 어느 길을 걷더라도 걸어가다 지겹다 싶으면 여지없이 다양한 형태의 광장이 드러난다. 그러한 광장들 가운데 광장을 메우고 있는 이용객의 밀도로 치자면 가장 높은 밀도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스페인 광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 광장에는 각종 유명 브랜드가 총 집결해 있는 콘 도티 거리가 연결되어 있어 이 광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로 말하자면 명동거리와 같은 거리다. 스페인 광장은  약 30m의 높이를 137개의 넓은 계단으로 연결한 계단광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로 등장했던 오드리 햅번(1929~1993)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계단으로 더욱 유명해 지면서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이 광장은 17세기에 교황청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면서 스페인 광장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후 1722년 바로크 시기에 꼭대기에 있는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과 아래쪽 스페인 광장을 잇는 계단이 건설되면서 계단광장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성당 앞에는 성모마리아를 기념하는 원기둥이 세워져 경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바이런, 리스트, 괴테, 발자크, 안데르센 등 유명 예술가들도 로마에 머물 때 이 광장 주변에 있는 집에서 기거를 했다. 계단 오른쪽에는 영국의 서정시인 존 키츠가 1821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집이 있는데(광장 26번지) 현재는 키츠와 셸리, 두 영국 시인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삼위일체 성당 북쪽으로 보이는 빌라 메디치(Villa Medici)는 로마 주재 프랑스 아카데미 건물이다.

로마의 광장에는 항상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분수이다. 이 스페인 광장 중앙에는 배 모양을 한 바르카치아 분수가 있다. 바르카차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는 테베레 강에서 와인을 운반하던 낡은 배(바르카차)를 본떠 만든 것으로 이탈리아 바로크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로렌초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제작했다. 로마에 홍수가 지나간 후 이곳에 조그만 조각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이 조각배에서 영감을 얻어 17세기에 만들었다고 한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즐거움과 동시에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오래된 시가지는 주로 걸어 다녀야만 이 곳 저 곳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골목골목 유명한 건물들과 광장로마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쉬 피로하게 나름. 피로에 지친 여행객들이 넓게 펼쳐진 계단은 앉아서 쉬기에는 안성 맞춤. 더욱이 눈 아래로 시원스런 바르카치아 분수와 길게 펼쳐진 명품거리 콘 도티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 여행의 피로가 한 순간 사라진다. 계단에 앉아 전 세계인들에게 이 스페인 광장을 널리 알려준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운 자태가 돋보였던 <로마의 휴일>만 연상할 것이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움 삶에 대해서도 한 번 곱씹어 보는 것도 이 공간을 가슴 깊이 새겨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리라. 봉사활동에 너무 헌신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건강은 제대로 못 챙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천사. 그녀가 죽기 1년 전 크리스마스에 아들에게 들려주었던 말을 샘 레벤슨(Sam Levenson)이 ‘Time Tested Beauty Tips'라는 시로 만들었다. 더위를 식히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를 한 번 읊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다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자태를 갖고 싶다면 옆에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갖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치유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에서 벗어나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한다.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된다.

만약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이 나이가 들면 당신에게 두 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

한 손은 당신 자신을 돕는 손이며, 다른 한 손은 타인을 돕는 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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